인질범 김상훈(46)이 15일 구속된 가운데 부인 A씨가 인질사건 발생 4일전 경찰서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 사실이 확인됐다.
때문에 경찰의 미흡한 대응이 사건을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김씨의 부인 A(44)씨는 이날 “김씨로부터 전화연락이 와 7일 오전 안산시 한양대역 앞 커피숍에서 만났는데 20여분간 욕설을 내뱉고 나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했다”며 “이후 김씨의 흉기에 찔려 병원치료를 받은 뒤 다음날 오후 안산상록경찰서를 찾아가 ‘남편의 폭력을 신고하러 왔다’고 상담을 청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지만 경찰서 측의 안내가 미온적이라고 느껴서 ‘별도움을 받지 못하겠구나’ 생각해 그냥 되돌아왔다”고 밝혔다.
안산상록서측은 그동안 A씨가 김씨로부터 폭행을 당해 신고를 해 온 사실은 없었다고 언론에 밝혀왔다.
사실관계 파악에 나선 안산상록서는 8일 오후 2시 26분부터 10여분간 A씨가 찾아와 민간인 신분인 민원상담관(퇴직 경찰관)과 상담한 사실을 확인했다.
안산상록서 관계자는 “상담관은 당시 A씨로부터 ‘남편에게 맞았는데 구속시킬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아 ‘현행범 사건이 아니니 고소장을 제출하면 해당 부서에서 안내해 처리해 줄 것’이라고 안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2011년 개정 시행된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가정폭력사건에 경찰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도록 하는 긴급 임시조치 조항을 두고 있어 경찰이 적극 대처했다면 23시간에 걸친 인질극이나 2명의 인명피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
더구나 안산상록서는 지난해 11월 일명 ‘부인 암매장’ 사건 당시 가정폭력 피해를 본 부인의 신고를 받고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아 결국 살인사건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사유 등으로 경찰관 1명이 해임되는 등 5명이 줄징계를 받은 경찰서로, A씨 가정폭력 사건 역시 살인사건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한편 김씨는 이날 수원지법 안산지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 전후로 취재진에게 “(부인의)둘째 딸 사망은 경찰의 책임도 있다”며 경찰과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어 “경찰이 오히려 날 더 답답하게 만들었고, 흥분시켰다. 내 요구조건은 들어주지 않고, 오히려 장난 당하는 기분이었다”며 “아이를 죽일 생각은 없었고, 나도 희생양이다. 애들 엄마에게 수십차례 (인질극) 이런 얘기를 했다. 그런데 이를 무시했다”고 책임을 떠넘겼다./안산=김준호·이상훈기자 l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