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의정부 아파트 화재의 단초가 된 4륜 오토바이 화재를 일으킨 혐의로 오토바이 주인 김모(53)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의정부경찰서는 자신의 오토바이에서 불이 나게 하고 이 불로 건물 3동과 주차타워, 단독주택 등에 화재가 발생, 4명이 숨지고 126명이 다치도록 한 혐의(실화·과실치사상)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0일 오전 9시15분쯤 의정부3동 대봉그린아파트 1층에 주차해 놓은 자신의 오토바이에서 키가 빠지지 않자 라이터를 이용, 키박스를 녹이는 과정에서 불이 날 수 있도록 한 혐의다.
조사 결과 김씨는 이날 오토바이를 주차한 뒤 키를 빼려는데 추운 날씨 탓에 잘 빠지지 않아 이 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김씨가 라이터를 사용할 때 전선 피복이 녹는 바람에 합선이 일어나 불꽃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이 부분에 맞춰 오토바이를 정밀 감식하고 있다.
김씨는 첫번째 경찰 조사에서는 이 같은 행동을 밝히지 않았지만 CCTV 화면을 분석한 경찰이 이를 추궁하자 인정했다. 또 김씨가 지난 2007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4륜 오토바이를 두 달 전 지인에게서 넘겨받은 뒤 인터넷을 통해 부품을 사 수리한 정황도 확인됐다.
경찰은 또 오토바이 전문가인 김씨가 자신의 행동이 불을 낼 수 있었다는 점을 인지했는지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김씨가 당시 사무실에 갇혀 지인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도움을 요청한 점, 소방대원에게 구조된 점, 화재로 부상을 입은 점 등을 토대로 방화 혐의는 배제하기로 결론냈다.
/의정부=박광수·이상훈기자 l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