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 산책]풍찬노숙

2015.02.25 19:21:33 16면

 

풍찬노숙

/이향지

얕은 화분 속에 오만상을 찌푸리고 서 있는 작은 소나무는 뒤틀린 허리만큼이나 심사도 뒤틀려 얼마 안 남은 바늘잎을 바장바장 태우고 있습니다. 저 소나무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살살거리는 물이 아니라 망치. 아무리 뻗대고 용기를 내어도 제 힘으로는 뚫을 수 없는 화분을 한 방에 깨트려줄 망치. 걷고 싶은 길에서 풍찬노숙하다 웃으며 죽게, 발과 다리를 돌려주는 일.

--이향지 시집 〈햇살 통조림〉에서


 

인간은 자신의 즐거움을 통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존재이다. 꽃을 꺾어 집안의 화병에 꽃기도 하고, 들꽃을 가져다 마당 안에 키우기도 한다. 어쩌면 꽃은 인간의 이런 능력까지도 이용하는 능력을 갖고 있을 수도 있기는 하다. 꽃은 꽃대로 열심히 자신들의 영역 확보를 꿈꿀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다 해도 특히 분재를 바라보다 보면 마음이 짠해진다.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온갖 철사와 끈으로 나무를 비틀어 조이기 때문이다. 꽃과 나무를 즐기기 위해서는 산과 들로 나가는 것이 맞는 일이다. 집안에 가만히 앉아서 꽃이나 나무를 억지로 끌어오는 일은 좀 잔인해 보일 법도 하다.

/장종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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