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 산책]빨강 속의 검정

2015.03.05 19:05:45 16면

빨강 속의 검정

/이소연

모란 꽃송이; 그 어둑한 동굴로 들어가 본 적이 있다

빨강 속에서 느끼는 검정의 일렁임 소리가 들린다

지독하게 독한 검은 방의 모서리에서 나는 색의 층위를 발견한다

속엣 것들 환해지고 서늘해져 몸이 한결 가벼워질 때

당신은 짐작했겠지만,

내 아랫배에선 빨강 속의 검정; 핏덩이가 쏟아진다

드맑은 통증이 너무나 눈부셔서 모란꽃 여러 번 피었다 진다

나는 꽃에게 파 먹히기를 바라듯 새로운 정절이 찾아온다고 쓴다

모란 꽃잎들 오므렸던 입술을 활짝 벌려 흥건한 새벽

나는 촉촉하고 말랑말랑한 내 불두덩을 씻은 적이 있다

그때 첫 경험의 감추고 싶은 신음 소리가 떠오른다

그건 빨강 속의 검정의 흐느낌이다 나는 잠시 조용해진다



《시와 경계》2014년 여름호



 

 

 

그 어둑한 동굴로 따라 들어가게 만드는 시다. 그 관능의 신선한 맛이 흐르는 동굴로 초대 받고 싶은 밤이다. 그 눈부신 통증 곁에서 여러 번 피었다 지고 싶다. 그 지독한 빨강 속의 검정을 마시고 싶다. 내 몸뚱아리 통째로 뜯어 먹히고 싶다. 그래서 새로운 절정이 찾아오는 감동의 새벽을 이슬 한 방울도 놓치지 않고 바라보고 싶다. 그리고 잠시 조용해지는 시간 속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으련다. /조길성 시인

 

경기신문 webmaster@kgnews.co.kr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4로 15번길 3-11 (영덕동 1111-2)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