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그후 1년 마르지 않는 눈물
2014년 4월 15일. 단원고교 학생들은 수학여행이라는 들뜬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그러나 이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영원히 떠나버렸다. 이날 저녁 9시쯤 인천항을 출발해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에는 351명의 단원고 수학여행단이 탑승했다. 이튿날 도착할 제주수학여행 이야기로, 밤새 잠못 이루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 배에는 또 가족의 생계를 위해 화물을 가득 실은 트럭운전사 아저씨, 결혼식 비용이 부족해 비행기 대신 뱃길을 이용한 신혼부부 등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채 사랑하는 가족들과 생이별을 한 지도 벌써 1년이다. ▶▶관련기사 9·18면
16일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세월호 승선인원 476명 중 295명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고, 9명은 아직도 차디찬 바닷속에 잠들어 있다. 실종자의 부모나 가족들은 당장이라도 바다에 뛰어들어 작은 유품 하나라도 건지고 싶어한다. 지난 1년 간 겪은 고통은 말해 무엇하랴. 아니,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고통이기에 세월 속에 묻지도 못한다.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한달인 지난해 5월16일 이렇게 말했다. “세월호 이전 대한민국과 이후 대한민국은 전혀 다른 나라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러나 달라진 거라곤 하나도 없다. 16명이 숨진 판교 환풍구 참사, 8명이 불에 타 목숨을 잃은 고양버스터미널 화재, 의정부 도시형생활주택 화재사고, 오룡호 침몰 등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사고가 잇따라 터졌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았지만 아직도 세월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제자리걸음이다. 인양논란에만 걸린 시간이 1년이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희생자 등에 대한 배상 및 보상 기준을 서둘러 발표한 정부다. 그래서 유족들이 단체로 삭발하고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지와 희생자 등에 대한 보상 절차의 전면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과연 정부가 존재하고 있느냐고 국민들이 묻고 있는 이유다.
지금도 진도 팽목항에는 ‘국가는 어디에 있었습니까’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분노만은 아니다. 이제는 ‘국가는 어디에 있습니까’라는 현재형이 맞을 정도다. 현직 총리와 비서실장을 비롯한 정권 실세들이 금품수수에 연루됐다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파문으로 나라가 어수선하다. 대통령은 ‘식물총리’에게 나라를 맡기고 세월호 1주기에 남미순방을 위해 비행기를 탄다. 국가와 정치의 부재다.
숯덩이처럼 새까맣게 탄 유족들의 가슴을 뻥 뚫어줄 소식은 과연 없을까? 아직도 우리는 같이 아파해야 한다. 내 가족이 아니기에 다행이 아닌 것이다. 남의 일인 양 치부해서는 안 된다. 세월호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고 그 유족들과 함께 아파하기 위해서는 이젠 정말 국가를 개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세월호 1년… 이것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이상훈기자 l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