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3학년 등 전교생
정부 합동분향소 찾아 조문
일반인 조문객들도 줄이어
李 총리, 유족 거부로 조문 못해
여당지도부 분향 못하고 돌아가
세월호법 시행령안 폐기 요구
유가족, 합동추모식 취소
16일 오전 9시 30분. 안산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을 비롯한 전교생이 학교 운동장에 모였다.▶▶관련기사 3·19면
가슴에 노란 리본 배지를 단 800여명의 학생들과 교사들의 얼굴에는 누구나하 웃음기를 찾아 볼 수 없었다.
이들은 손수 준비한 꽃다발과 편지를 손에 들고 하나 둘 교문을 나섰다.
꼭 1년만에 친구와 선배, 제자를 만나러 가기 위해서다.
지난해 이맘때는 수학여행이라는 들뜬 마음으로 함께 교문을 나섰으나 지금은 다시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영원히 떠나버린 친구와 선배, 제자다.
교문을 나와 20여분만에 정부합동분향소라고 적힌 하얀 천막에 도착하자 학생들의 눈가엔 이내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영정 앞 제단에 학생들이 내려놓은 하얀 국화가 쌓일수록 눈에 맺힌 눈물은 울음소리로 바뀌었다.
거짓말처럼 1년이란 시간은 흘렀지만 1년전 그대로인 환한 표정의 친구와 선배, 제자의 모습은 오히려 이들을 더 울부짖게 했다.
이날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주년이 되는 날로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에는 조문객들의 추모발길 이어졌다.
이 곳을 찾은 조문객 수는 이날 오후 5시 기준 7천명을 넘어섰다.
분양소를 찾은 주민 김모(44·여·안산)씨는 “지난해 분양소를 방문한 뒤 일년만에 들렀다. 희생자들이 좋은 곳에서 편히 쉴 수 있도록 빌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조문객 최모(46·여·수원시)씨도 “영정 속 희생자들을 마주하니 너무 속상하고 그냥 막 눈물이 난다. 꼭 다시 태어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며 “정부는 유족들이 요구하는대로 반드시 선체를 인양하고, 시행령안을 폐기해야 한다”고 전했다.
일부 조문객은 영정 앞에 헌화한 뒤 출구로 나오면서 분향소 한 편에 놓인 희생학생들 이름이 적힌 꽃바구니와 편지글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완구 국무총리와 여야 지도부도 분양소를 찾았다.
하지만 이 총리와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는 유가족의 항의로 조문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등 야당 지도부는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수정과 선체인 양을 약속한 뒤 가까스로 조문을 마쳤다.
이날 오후 2시 희생자 가족과 종교계, 시민 사회단체 등 5천여명이 참석해 열릴 예정이었던 합동추모식도 취소됐다.
유가족들은 정부가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을 폐기하고, 온전히 선체를 인양할 것을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안산=김준호·이상훈기자 l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