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에 몰리던 끝에 VIP병동에서 일을 시작한 해림(서영희)과 임신한 상태로 의식불명이 돼 병원에 실려온 여자 미나(권소현)다.
서영희는 세상으로부터 벽을 쌓은 여자를 표현하려 절제된 연기를 선보이고 권소현은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착취당하는 여자 역을 맡아 보기에도 힘겨운 연기를 펼친다.
20일 오후(현지시간) 칸 영화제 한국관에서 만난 서영희는 “네”라는 한 마디 대사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면서 “연기할 때보다 끝나고 나서 느낀 감정이 더 컸다”고 했다.
권소현은 미나 역을 위해 ‘일부러 토할 정도로 먹어서’ 살을 찌웠다. 지금은 영화를 찍을 때보다 14㎏를 뺐다고 한다. 출연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듯하지만, 권소현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고 했다.
권소현은 “라면 먹는 장면을 찍을 때는 한 번에 5∼6봉지씩 먹었다”면서 “오늘 처음 영화를 보니 더 찌울 걸 싶었다”며 웃었다.
반면 서영희는 피폐해 보일 정도로 마른 몸을 만들라는 과제를 받았다.
그는 “살이 빠지긴 했는데 얼굴이 동그란 편이라 티가 많이 안 났다”며 “더 빼려 했는데 감독님이 쓰러질 것 같다며 ‘스톱’ 시켰다”고 소개했다.
서영희에게 이번 영화제 참석은 2010년 감독주간에 초청됐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 이어 두 번째 칸행이다. 그는 “칸에는 우연히 힘 빠질 때마다 오게 돼 힘을 얻는다”며 “두 번 오니까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든다”고 말했다.
서영희는 그동안 영화에서 ‘추격자’, ‘김복남…’ 등 ‘희생자’ 역을 다수 맡았다. 크고 둥근 눈으로 겁이 많고 착한 인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서영희는 “나는 왜 이렇게 우울해 보이고 피해자 같아 보이는지 고민이 정말 컸다”며 “그래도 그런 역으로 사람들이 나를 이해해주기 시작했고, 세상에는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많으니 할 수 있는 곳이 크다고 할 수도 있으니 괜찮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국내에서 특히 젊은 세대가 어려움을 겪는 현실이 그런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서영희는 현실을 반영한 여성 영화가 다수 만들어지면서 여배우의 연기 기회가 늘어나는 데 대해 “멋진 일”이라며 “(인터뷰 장소인) 한국관에 들어와 한국 초청작 사진들을 쭉 보고 이 중 하나에 출연했다는 데 감동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