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기부로 문 닫을 뻔한 가게 기사회생”

2015.05.21 20:32:10 18면

<37> 수원 율전동 ‘화만떡’
음식 남기면 환경부담금 1000원 자발적 기부
손님들 따뜻한 기부 동참… 가게도 차츰 안정

 

“너무 절실한 마음에 착한가게를 신청하게 됐어요.”

수원 율전동에서 ‘화만떡’(화덕피자를 만난 즉석 떡볶이 뷔페)을 운영하는 임명희 사장.

가게 입구에 들어서자 ‘착한가게’ 현판과 함께 매월 기부액을 적어 놓은 안내판이 들어왔다.

2년 전 가게를 인수해 사업을 시작한 임 사장은 시작과 동시에 큰 고민에 빠졌다.

‘화만떡’은 떡볶이 뷔페를 전문으로 하는 가게로 환경부담금(1천원)을 포함해 6천원으로 마음껏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가게다.

음식을 남기지 않으면 1천원을 돌려받고, 남기면 돌려받지 못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

하지만 임 사장은 이 방식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주 고객층이 초·중·고등학교 학생과 대학생이다보니 음식을 남기지 않으려 억지로 먹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됐던 것이다.

일부로 음식을 남기고 싶은 것도 아닌데 뷔페다 보니 양 조절이 어려워 남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안타까웠던 것.

늘 불편한 마음으로 가게를 운영하던 임 사장은 1년 만에 환경부담금을 없애기로 결정했다.

이는 배고픈 학생들이 눈치 안보고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그러나 환경부담금이 없다보니 감당할 수 없는 음식물쓰레기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결국 가게 문을 닫기로 결심까지 했었다.

그러던 중 임 사장은 ‘환경부담금은 받되 그 돈을 의미있게 쓰면 좋지 않겠나’라는 생각을 했고, 인터넷으로 알게 된 ‘착한가게’에 바로 신청하게 됐다.

이렇듯 ‘착한가게’ 가입은 문을 닫으려 했던 임 사장의 가게를 기사회생 시키는 역할을 하게 됐다.

임 사장은 “환경부담금은 살리되 음식을 남기면 자발적으로 기부하도록 하니 손님들도 기분 좋게 동참하기 시작했다”며 “음식을 남기지 않더라도 기부하는 학생, 학생과 함께 온 학부모들의 기부동참도 이어지면서 가게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밝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가게 곳곳에 붙은 스티커와 안내글은 이 나눔의 취지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며 “손님들의 투명한 기부소식을 전하기 위해 사랑의 열매를 선택했고, 매월 기부금영수증을 받아 손님들이 볼 수 있도록 부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따뜻한 기부가 시작되면서 가게도 차츰 안정을 찾고 있다는 임 사장은 “착한가게에 오는 손님들이 부담 없이 맛있게 음식을 먹고 기쁜 마음으로 남을 도왔다는 생각을 하며 가게를 나설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임 사장은 “뷔페를 운영하면서 환경부담금을 볼모로 잡으면 주인과 손님사이가 불편해진다. 그러나 환경부담금을 자연스럽게 기부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 손님과 주인 모두 마음이 편해진다”고 전했다.

이어 “가게 운영방식으로 기부를 선택했지만, 나눔으로 가장 행복한건 나 자신이다. 다른 사람을 도와주려는 생각만 해도 내 마음이 따뜻해지고,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그 행복을 손님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어 보람되고 뿌듯하다”며 미소지었다.

/이상훈기자 lsh@

※‘착한가게’는 중소규모의 자영업에 종사하거나 소상공인들이 참여하는 소액다수의 모금캠페인으로 액수에 제한 없이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자 월 3만 원 이상 혹은 매출액의 일정액을 기부하는 모든 가게를 말한다. 매장을 경영하는 자영업자를 비롯 온라인쇼핑몰, 프랜차이즈, 학원, 병원, 약국, 주유소 등 업종에 상관없이 가입해 나눔에 동참할 수 있다. 참여는 도모금회 홈페이지(gg.chest.or.kr)나 전화(☎031-220-7934)로 문의하면 된다.

이상훈 기자 lsh@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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