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와 살인자의 여자 ‘끌림의 감정’ 사랑일까

2015.05.26 19:57:11 12면

멜로와 거친 한국형 느와르 이질적인 두 세계 담아
원초적 하드보일드 멜로…투박한 밑바닥 사랑그려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공식 초청

 

무뢰한

장르 : 드라마/멜로

감독 : 오승욱

배우 : 전도연/김남길/박성웅

범인을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형사 정재곤. 그는 사람을 죽이고 잠적한 박준길을 쫓고 있다. 그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실마리는 박준길의 애인인 김혜경 뿐이다.

재곤은 정체를 숨긴 채 혜경이 일하고 있는 단란주점 마카오의 영업상무로 들어간다. 하지만 재곤은 준길을 잡기 위해 혜경 곁에 머무는 사이 퇴폐적이고 강해 보이는 술집 여자의 이면 뒤에 숨겨진 외로움과 눈물, 순수함을 느낀다.

오직 범인을 잡는다는 목표에 중독돼 있었던 그는 어느 순간 혜경에게 마음이 흔들린다. 그리고 언제 연락이 올 지도 모르는 준길을 기다리던 혜경은 자기 옆에 있어주는 재곤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흔들려서는 안 될 순간, 흔들리는 두 사람의 모습은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끌림을 강하게 전달한다.

영화 ‘무뢰한’은 투박하고 포악하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추구하는 무뢰한, 그리고 그 무뢰한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괴롭힘에 가깝게 여자의 주변을 맴돌며 거친 사랑을 그린 하드보일드 멜로 영화다.

‘무뢰한’은 한자 뜻으로 보면 누구에게도 소속되거나 의지하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오승욱 감독은 “무뢰한의 본질은 자기가 쟁취해야 하는 목표나 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행동이 있을 때, 선과 악의 개념 없이 어느 방향으로든 나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투박하고 포악하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추구하는 무뢰한을 통해 사랑의 맨얼굴을 생생하게 그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8월의 크리스마스’(1998)와 ‘킬리만자로’(2000) 등 극과 극 장르 영화의 각본을 쓴 오승욱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무뢰한’은 멜로와 거친 한국형 느와르라는 이질적인 두 세계를 담아 한국 영화계에서 본 적 없는 하드보일드 멜로를 완성시켰다.

더불어 제 68회 칸 영회제에 ‘주목할 만한 시선’ 섹션에 초청되는 쾌거를 이뤄 개봉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또 영화를 통해 파격변신한 전도연과 거친남자로 변신한 김남길의 연기호흡도 화제다.

전작들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자기 안의 모든 것을 이미 다 보여줬을 것 같았던 전도연은 ‘무뢰한’에서 또 다른 색의 연기변신을 꾀했다.

사람을 죽이고 도망간 애인을 기다리며 술로 절망을 푸는 여자, 밑바닥 인생의 남루함만 남았을 것 같은 혜경은 전도연을 만나 절망과 퇴폐, 그리고 순수와 강단이 공존하는 입체적인 인물로 생생하게 살아났다.

김남길은 수컷 냄새 가득한 비정한 남자로 변신했다. 무심한 듯 냉철하게 범인을 육박해 들어가는 무정한 형사와 미세한 동요로 정체불명의 감정을 살짝 드러내는 복합적인 내면의 풍경을 공감가게 묘사한다.

두 사람은 미사여구의 수식을 생략한 사랑이란 감정을 거칠고 리얼한 타협 없는 하드보일드로 생생하게 전달한다.

/민경화기자 mkh@
민경화 기자 mkh@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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