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감염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경기도내 각급 학교들이 휴업에 들어간 가운데 도내 고등학교의 경우 모의평가 등으로 인해 휴업 조치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학생 안전이 뒷전으로 밀린 것 아니냐는 학부모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3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오후 4시 현재 도내 4천476개교 중 휴업한 학교는 유치원 66곳, 초등학교 151곳, 중학교 16곳, 고등학교 3곳, 특수학교 4곳 등 모두 240개교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메르스 첫 감염자가 확인된 A지역이 97개교로 가장 많으며 첫 사망자가 발생한 병원이 위치한 B지역이 73개교로 조사됐다.
하지만 고등학교의 경우 평택시 2개교 등 총 3개교를 제외하고는 메르스 감염자가 입원 치료를 받았거나 사망자에 3차 감염자까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화성·수원시 지역에서는 단 한곳도 휴업에 들어가지 않아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실제 해당 지역의 고등학교들은 4일 치러지는 대입 수능모의평가(고3)와 전국연합학력평가(고1·2) 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다른 학교의 휴업 결정 상황을 지켜보는 등 서로 눈치보기에만 급급한 것.
이에 대해 학부모 이모(51·여·화성)씨는 “학교와 인접한 곳에서 메르스 사망자까지 나왔는데 도교육청이나 학교측은 아이들의 건강보다 시험을 먼저 생각하고 있다”며 “아침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학교가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 안타깝고 걱정이 앞선다. 이번에도 무슨 일이 생겨야 뒤늦게 대처할건지 부모로서 개탄스럽다”고 토로했다.
화성 동탄의 한 고등학교 관계자는 “고등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수능모의고사가 코 앞으로 다가와 휴업을 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며 “경기도에서 메르스로 인해 휴업을 한 고등학교는 아마 1~2곳에 불과할 것이다. 학교 자체적으로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측에 휴업을 강제할 수 있는 권한 자체가 없다”며 “불안을 느끼는 학부모들이 직접 학교측에 건의를 해 휴업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도교육청 대변인실은 이날 “(이재정 교육감이 메르스 대책의 하나로) 일부 지역의 전체 학교에 대한 휴업명령을 내리는 것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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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기자 l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