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감염 피해 우려’… 대형병원들 약물 위독환자 떠넘기기

2015.06.08 21:22:35 19면

119, 40대 화성 모병원 긴급이송

간호사가 중환자실 폐쇄이유 거부



수원 모병원 도착전 증세 알려주자

“그런 환자 왜 데려오냐” 거절



생명위급 환자 도로서 1시간 방치

제3 병원서 받아줘 겨우 목숨구해

수면제 등을 과다복용한 40대 남성이 119 구급차에 실려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감염 우려 등을 이유로 거부당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8일 화성소방서에 따르면 119 구급대원들은 지난 5일 오전 1시 30분쯤 약물중독 의심신고가 접수돼 현장으로 출동, 현장에는 술과 함께 수면제와 진통제를 과다복용한 김모(40대 추정)씨가 쓰러져 있었다.

이에 구급대원들은 즉시 화성에 있는 한 대형병원 응급실로 이송했지만 이 병원 간호사는 환자상태를 육안으로 확인한 뒤 “중환자실 폐쇄로 환자를 받을 수 없다”며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구급대원들은 환자의 생체 징후 체크는커녕 의사가 아닌 간호사가 진료불가 판정을 내렸다는 것에 대해 황당함을 느꼈다.

하지만 환자 생명이 위중하다 보니 지체할 겨를 없이 바로 수원의 대형 병원 응급실로 이송하기로 했고, 도착 전 유선으로 미리 의식저하가 확인된 환자의 상태 등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 대학병원 응급실 또한 “그런(메르스 확진환자가 나온 병원 응급실을 거친)환자를 왜 데려오냐. 우리병원 환자 다 오염 시키면 당신이 책일질꺼냐”며 환자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메르스 감염과는 무관함에도 김씨는 이들 병원에서 모두 거부를 당해 한시간 가까이 도로에 방치돼 있다가 다행히 환자의 생명을 우선적으로 생각한 수원 S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드디어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화성소방서 한 관계자는 “구급대원에게 당일 오전 상황을 보고 받았다”며 “의사가 아닌 간호사가 환자 상태를 파악 후 거부했다면 문제가 있다. 해당 병원측에 사실여부를 확인 후 조치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특히 1분 1초가 아까운 위급한 상황임에도 불구, 환자의 상태가 아닌 병원의 피해를 먼저 생각하며 환자를 거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들 병원들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다.

시민 윤모(33·여)씨는 “만약 그 환자가 자신의 가족이었다해도 나몰라라할 수 있었을지 의구심이 든다”며 “정말 의사로서의 자격을 갖춘 사람인지 의심되고,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수원의 대형 병원 관계자는 “메르스로 인해 인력이 부족해 위급상황이 아니면 다른 병원을 이용하라고 한 것이라고 들었다”고 해명했고, 화성지역 병원은 화성소방서측에 “응급실이 폐쇄돼 환자를 받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경기도재난본부 관계자는 “자신의 병원에서 치료가 불가능하던지 응급실이 꽉찬 경우는 다른 병원으로 유도할 수는 있지만 특별한 이유없이 응급환자를 병원측에서 거부하면 안된다”고 설명했다.



/화성=최순철·이상훈기자 lsh@
이상훈 기자 lsh@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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