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유신시대를 사는 경기중기청

2015.07.05 19:40:24 4면

 

경기지방중소기업청은 과거 유신의 기운이 서슬퍼렇게 살아있던 1970년대 시계 앞에 멈춰서 있는것 같다.

우선 해당 기관장의 일정을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히 비밀로 부치고 베일에 감추는 일이 그렇다.

취재진이 공식일정이라도 확인할라치면 대외홍보 관련부서 팀장은 의심의 눈초리로 흘겨보기 일쑤다.

서승원 청장의 대외일정이 외부에 공개되면 어떻게 악용(?)될지 몰라 섣불리 내어줄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사전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대응과 관련한 취재목적을 분명히 밝혔지만 그의 태도는 단호했다.

해당부서의 박 모 팀장은 “메르스 대응과 관련해 청장님의 일정을 왜 알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해당 내용이 악의적인 기사로 활용되지 말라는 법도 없기때문에 함부로 말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취재목적이 무엇이든 자신의 기관장과 관련한 모든 것은 궁금해하지도, 알려고 들지도 말라는 식이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시민의 알 권리와 사회적 공익을 위한 언론의 역할과 기능은 이미 사장됐어야 마땅하다.

일선 동장에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공식일정을 은밀히 감추는 공공기관장은 우리나라 어디에도 없다.

하물며 지역 최대 경제기관인 경기지방중소기업청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이들이 한달 넘게 질질 끌어오다 최근 공개한 기관장 일정(6월 29일~7월 3일) 또한 궁색하기 짝이 없었다. 메르스 관련 일일점검회의, 전통시장 장 보기, 산하기관 방문 등 의례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현장에서 기업인과 상인들을 직접 만나 메르스 피해와 매출변화를 살피는 인천지방중소기업청과는 딴판이다.

최광문 인천중기청장은 메르스 확산이 본격화한 지난달 초부터 유관기관과 함께 업계 피해현황을 조사중이다.

경제기관 및 단체, 행정기관 가릴 것없이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메르스 여파를 극복하는데 안간힘이다.

기관장의 공식일정조차 쉬쉬하며 암행 수준의 대외활동을 펼치는 경기중기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내밀한 조직운영으로 온통 비밀투성이인 경기중기청은 유신시대의 망령에 사로잡힌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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