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구정 설과 추석때 국내외를 여행하는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구정에는 번잡한 유명 관광지 대신 테마가 있는 미술전시관이나 박물관을 둘러보는 것이 더 값진 시간이 되지 않을까.
멀리 돌아볼 필요없이 경기도 인근에는 호암미술관이나 국립현대미술관 같이 지명도 높은 미술관 외에도 크고 작은 관람 장소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이번 설에는 도내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한 두곳 이라도 찾아가서 우리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느껴보자.
<목아박물관>
'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108호 목조각장'인 목아 박찬수 선생이 불교조각의 현대적 재현을 목표로 제작한 작품들을 소장해서 전시하고 있는 목아불교박물관.
1970년대와 80년대 공예산업을 선도해온 목아 선생이 문화발전을 위해 박물관을 설립하고 '불교 목공예'와 '수미단'과 같은 저서 활동을 통해 불교 목공예를 쉽게 알리는 작업을 병행해 오고 있는 곳이다.
목아박물관을 소개한 한 책에는 '작품들을 직접 만져보고 쓰다듬을 수 있어서 체온과 질감이 느껴지는 곳'이라고 평한 것처럼 이곳에 오면 스테레오 타입의 작품감상 관행을 버리고 친근함을 직접 만끽할 수 있다.
박물관 전시시설은 전시관 본관, 야외 조각공원, 유물관리실을 별도로 두고 있으며, 전통 건축물인 큰말씀의 집과 한얼울늘집, 마음의문이 있다.
지하 1층, 지상 3층의 전시관 1층에는 예배대상이나 주요 인물상 주변에 시립하여 꽃을 바치는 화동으로, 법을 구하는 선재동자로, 공양물을 올리는 공양동자로, 또는 염라대왕의 재판을 도와주는 증인 등으로 표현된 동자전시실이 있다.
특히 이 전시실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관람객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는 듯한 어린아이 크기의 목동자상으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슬쩍 만져 동자상의 동그란 얼굴과 머리, 불룩나온 배가 유독 까맣고 윤기가 반질반질하다.
2층에 오르면 '오백나한'과 불교관련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최상급의 수행자로 공덕을 구비한 자를 총칭하여 이르는 말인 나한은 다른 불교상이 형식적인 면이 강조돼 규정된 자세를 유지하는 것과는 달리 자세, 옷차림, 표정이 각기 다르게 묘사되고 있다.
간혹 기괴한 용모나 익살스러운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깨달은 자의 몸에서 우러나오는 여유로움을 표현한 데서 비롯됐는데 전시된 오백의 나한상들은 7 종류의 나무로 5년에 걸쳐 제작된 것이다.
3층에는 가장 압권인 목아 선생의 역대 수상작 및 작품들을 중심으로 전시된 '불교조각실'이 있다.
천장에는 거대한 용이 양쪽으로 2마리가 전시관을 옹호하고 있고, 벽면에는 부처님 일대기를 그린 팔상도 20점이 전시되어 있으며 각 신상들과 12지신, 대통령 상을 수상한 법상, 여러 불보살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외에도 부대시설인 야외조각공원에는 미륵삼존대불, 백의관음, 자모관음, 비로자나불상, 삼층석탑, 탄생불과 다양 한 동자 브론즈 작품등 약 160여점의 유물과 작품들을 개방 전시하고 있으며 시대별 목조 건축양식을 볼수 있는 목조건물이 있다.
봄, 가을로는 야외 결혼식장으로 개방되기도 하고 인근 지역민들에게는 결혼식 기념촬영장소로도 이용된다.
우리 조상의 얼을 기리며 환인 환웅 단군상과 세종대왕의 영정을 모신 '한얼울늘집', 부처님 열반 목탱화와 고행상이 있으며 예천 용문사의 윤장대를 재현한 '큰말씀의집'이 있다.
박물관 주차장에 위치한 '옥천도자기직매장'에는 여주 도자기의 큰 맥을 이루는 옥천도예의 직매장으로 생활자기와 작품도자기를 함께 감상할 수 있고 해와 달의 집이라고 불리는 '소반정사'는 작은 법당으로 박물관의 행사장소로도 사용된다.
▶ 먹을 곳
박물관 안에는 보는 즐거움 못지않게 맛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박물관 근처의 지명을 딴 음식점으로 사찰정식을 맛볼 수 있는 통나무와 황토로 지은 '걸구쟁이네 식당'이 있어 운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고 박물관 야외가 한 눈에 보이는 곳에서 전통차를 마실 수 있는 '무애산방'이 있어 둘러봄직하다.
▶ 주변 볼거리
신륵사, 고달사지, 영릉, 명성황후 생가
▶ 찾아가는 길
<등잔박물관>
우리의 삶의 모습을 지켜보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등잔들이
한곳에 모여 아름다운 불꼿으로 다시
피어오르고 있다.
한 집안의 문화적 상징으로 대를 물려가며 사용했던 등잔. 그 등잔이 묵묵히 지켜보왔을 한 집안의 역사를 반추해보는 의미로 다양한 등잔들을 둘러볼 수 있는 박물관이 있다.
여든을 넘긴 김동휘 선생이 지난 40여 년간 틈틈이 모아 온 자료들을 중심으로 서울 인사동 골동품상을 헤매면서 등잔들을 수집해 1997년 9월 경기도 용인시 모현면 능원리에 개관한 경기도 등잔박물관.
한 소개서에는 평범한 사람들도 취미로서의 수집을 하고 있지만 하나의 테마 박물관을 꾸밀 정도로 수집했다면 그 대상에 미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며 감탄한 내용이 있다.
예전 한 자작시에서 선생은 등잔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로 어린시절 등잔불에 비친 어머니의 고운 모습이 그리워 그 하찮은 것에 집착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등잔박물관은 수원 화성 성곽의 이미지를 따서 건축됐으며 성곽의 형태를 본뜬 회백색 건물은 마치 햇불이나 등대처럼 보인다.
지하1층 지상 3층인 박물관의 1층에는 '생활 속의 등잔'이라는 테마로 식생활 공간과 찬방, 사랑방. 안반 등으로 구분해 각각의 생활 공간 속에서 등잔의 쓰임을 살필 수 있도록 했다.
2층에는 '역사속의 등잔'이라는 테마로 삼국시대 고려 조선시대까지 다양한 등잔들을 시대별로 배치해 그 변천과정을 한눈에 들여다 볼 수 있다.
또한 그옆에는 '아름다움 속의 등잔'이라는 공간을 따로 배치해 명품이라 할 만한 등잔들을 전시해 놓았다.
▶ 주변 볼거리
포은 정몽주선생 묘소, 충렬서원, 창희조각 공원, 에버랜드, 처인성지, 호암미술관
▶ 찾아가는 길
<경기도박물관>
천만인구로 규모면에서는 도세를 자랑하지만 산업화와 각종 개발 붐으로 몰려든 이주민들이 많아 정체성이 없는 지역으로 손꼽히는 경기도.
그러나 일단 경기도민이 된 이상 이 고장의 역사와 문화를 한번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터인즉 바로 경기도박물관에 가면 대강의 역사를 접할 수 있다.
수원의 화성을 현대적으로 조형화한 박물관을 들어서면 선사시대부터의 예술품을 통해 경기도 모습을 보여주는 '고고미술실'이 있다.
이곳에는 전곡리 타제석기 등 선사시대 유물 이외에도 회백색의 단아한 백제 세발토기와 고구려의 단조롭지만 무게감이 있는 붉은색토기, 화려한 신라시대의 굽다리 접시 등이 전시되어 있어 경기도가 삼국의 문화를 함께 아우르고 있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또한 경기도를 관통하는 '한강'을 주제로 한강 주변의 시장과 나루터 민속놀이를 즐기는 풍경, 양반집과 마을신을 모신 도당 모형들을 전시한 '민속생활실', 정조임금이 수원행차하는 광경이 담긴 8폭의 병풍인 화성릉행도병을 관람할 수 있는 '서화실' 등이 있다.
이와 같은 유물전시 외에 도박물관은 연말부터 오는 2월말까지 '스페인성화전'을 특별전시하는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전통민속놀이 행사로 1월초부터 박물관 앞마당에 민속놀이품과 전통 악기 등을 배치해 관람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동훈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기증작가 특별전 : 이동훈 탄생 100주년 기념' 전을 개최하고 있다. 유족들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작품 중 대표작 40여점과 유품 10여점으로 구성된 이 전시회는 지난해 8월 13일부터 오는 2004년 3월 14일까지 제 6전시실에서 열린다.
한국의 풍경을 순박한 자연미를 한 평생 표현해 왔던 이동훈 선생은 농촌, 목장 풍경 등을 주제로 작품을 창작했으며 평화로운 향토적 아름다움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그 것을 자신의 작품 속에 정직하게 반영하였다. 대전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국전(國展)의 추천 및 초대 작가를 역임한 그는 후학 양성에도 힘을 써 한국의 풍경과 지역 문화 발전에도 큰 공헌을 하였다.
이 특별전은 한국 풍경에 한결같은 애정을 표현해 왔던 그의 뜻을 기리기 위하여 1985년에 유족들에 의해 기증된 170여점 중 대표작 40여점과 유품 10여점을 선보이는 것으로 한국 풍경화가 이동훈의 발자취를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다.
<호암미술관>
국내 최대의 사립미술관인 호암미술관이 대표적인 소장품을 지난해에 이어 160여 작품을 수시 교체하면서 상설 전시한다.
1월 13일부터 오는 11월 30일까지 개최되는 이번 '호암미술관소장품전'에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고려청자와 분청사기, 조선백자 등 도자기류와 유구한 불교 역사를 보여 주는 불교 유물, 우수한 세공기술을 자랑하는 금속공예품, 조선시대의 대표적 회화 작품 등 각 분야별, 시대별 명품이 전시된다.
또한 400여평의 전시 공간과 최첨단 항온항습 설비, 유물 손상 방지를 위한 특수 조명 시스템 등을 갖추고 있어 국내에서 유일하게 고려 불화를 상설 전시하는 등 관람에 필요한 최적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미술관 관계자는 초기 청동기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각 시대별 작품이 고루 출품된 이번 전시는 호암미술관의 소장품을 일목요연하게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 특기할 만한 사항은 매주 토,일요일 하루 4차례 문화자원봉사자들의 전시 설명 프로그램이 있어 관람객들이 보다 유익하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용인 에버랜드 단지의 수려한 자연경관 속에 전통한옥의 본관 건물과 한국 전통 정원의 진수를 계승해서 재현한 '희원', 프랑스 조각의 거장 부르델의 대형조각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부르델정원', 그리고 호수가의 '수변 광장'과 '석인의 길'이 어우러진 한국의 문화보고, 호암미술관에서 이번 전시와 더불어 또 다른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김영주기자
pourche@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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