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수원제2야외음악당(만석공원) 일원에서 열린 ‘2015 경기국악페스티벌’은 비가 내리고 멈추기를 여러 번 반복하고 때때로 강풍이 불어 우산을 꼭 쥐고 있어야 하는 궂은 날씨와 환경에도 2천명에 달하는 관람객들이 찾았다.
오후 2시부터 열린 체험 행사에는 젖도 떼지 않은 갓난아기를 업거나 초등학교를 막 들어간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부모에서부터 머리에 서리가 앉은 노인까지 온 가족이 나와 사물놀이를 배우고 윷놀이, 널뛰기, 투호던지기 등 전통놀이를 체험하며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체험 행사 동안 잔비가 한 두 번 내리긴 했지만, 진행에 차질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오후 7시, 본 국악 공연의 시간이 다가오면서 빗줄기가 조금씩 굵어지기 시작했다.
우려가 현실이 되자, 공연 관계자들의 마음은 더욱 초초해졌다.
비로 인해 국악기 배열을 재조정하면서 본 공연 시간이 늦어졌고, 관람객들에게 나눠주는 우비도 바닥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행사장을 찾은 관객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공연의 기대감을 나타냈고, 공연을 선보이는 경기도립국악단과 출연진들도 이에 부응해 더욱 멋진 무대를 선사했다.
사회자인 박애리의 인사 멘트와 함께 경기도립국악단 부휘자인 조광석의 지휘에 따라 도립국악단의 관현악 ‘아리랑’이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노래인 아리랑을 환상곡 풍으로 재해석한 이 곡의 선율은 만석공원에 내리는 비 소리와 함께 합쳐지며 멋스러운 운치를 자아냈다.
도립국악단 해금 수석단원인 김미영의 협연으로 진행된 해금협주곡 ‘추상’은 해금의 간지러우면서도 애절한 선율이 타악장단과 태평소와 조화를 이루며 색다른 앙상블을 만들어냈다.
다음으로는 국악기 소리를 바탕으로 재즈와 팝, 팝핀을 결합한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 무대가 이어졌다.
재즈밴드 ‘크리스탈 레인’의 보컬인 김수정은 4분의 5박자의 독특한 리듬이 돋보이는 재즈곡 ‘Take Five’를 들려주며, 관객들을 향해 “5박자의 리듬을 지금 먹고 싶은 음식, 예를 들어 ‘아이스크림’ 또는 국악의 흥을 돋우는 ‘얼씨구 좋다’ 등 5글자로 대치하면 쉽다”고 설명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행사 사회자이자, 국악인 박애리와 그의 음악파트너 팝핀현준은 말 그대로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다.
관람객들은 국악가요 ‘쑥대머리’, ‘7080메들리’(코스모스 피어있는 길·연안부두), ‘공항의 이별’ 등으로 이어진 이들의 무대를 보며 아낌없는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관객들의 환호에 화답하고자 도립국악단의 관현악 ‘아리랑’에 박애리의 노래와 팝핀현준의 춤이 곁들여진 앙코르 무대가 대미를 장식했다.
출연진들은 자신의 무대 때마다 공연 내내 이어진 빗줄기 속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켜준 관람객들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번 2015 경기국악페스티벌은 마른 땅을 적시는 단비처럼 바쁘고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국악을 통해 메마른 감성을 적시는 단비와도 같은 무대였다.
끝까지 공연과 함께 한 송모(51·송죽동) 씨는 “비와 함께 듣는 우리의 소리와 가락이 이처럼 운치가 있을 줄 몰랐다”며 “앞으로도 시민들의 감성을 충족시켜 줄 국악 공연이 자주 열리기 바란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