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부 수립’ 허용… 역사교과서 ‘또다른 불씨’

2017.01.31 21:26:28 18면

교육부, 검정교과서 집필기준 발표
국정 ‘대한민국 수립’ 유지… 오락가락 행정 혼란 가중
진보 “꼼수”-보수 “또 원칙 저버렸다” 비판 동시 제기

교육부가 중·고교 역사교과서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됐던 ‘대한민국 정부 수립’ 표현을 검정교과서에 한해 쓸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또 다른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국정교과서의 경우 친일행위와 새마을운동의 한계점, 일본군 위안부, 제주 4·3사건 등의 서술을 강화했지만 검정과 달리 ‘대한민국 수립’ 표현이 유지되고 박정희 전 대통령 서술도 크게 바뀌지 않아 반발이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부는 이날 새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발표하면서 대한민국 건국 시기 서술과 관련,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표현을 함께 쓸 수 있도록 했다.

당초 보수진영은 1948년 8월15일을 단순히 대한민국 정부가 아닌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수립된 날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이는 현행 검정교과서에서 1948년 8월15일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로 기술하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주장으로, 교육부는 현행 검정교과서가 ‘좌편향’된 대표적인 예로 들면서 대한민국 정통성 강화를 위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 표현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자 결국 교육부는 검정교과서에 한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 표현을 허용하는 것으로 비판 의견을 수용했다.

‘8·15 이후 전개된 대한민국의 수립 과정을 파악한다’는 집필기준 자체는 국정교과서의 편찬기준과 동일하지만 집필 유의점에서 ‘대한민국 출범에 대해 대한민국 수립, 대한민국 정부 수립 등으로 표현하는 다양한 견해가 있음에 유의한다’는 문구를 추가한 것이다.

당장 교육부가 한달만에 또 원칙을 바꾼 데 대해 전형적인 오락가락 행정으로 혼란만 부추길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진보진영에서는 교육부가 반발을 누그러뜨리려 ‘꼼수’를 부린다는 비판이, 보수진영에서는 교육부가 단일 국정교과서 적용 폐기에 이어 또 원칙을 저버렸다는 비판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현행 검정 역사교과서 저자는 “교육부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은 교육과정에 위배되는 것이라 쓸 수 없다는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섰다”며 “각계의 비판을 무마시키려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교육부는 2월 10일까지 희망하는 학교를 모두 연구학교로 지정해달라고 전국 시·도 교육청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17개 교육청 가운데 9곳은 교육부의 연구학교 지정 공문도 일선 학교에 내려보내지 않아 국정교과서가 올해 극소수 연구학교에서만 쓰이고 폐기되는 1년짜리 교과서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이달 전체회의에서 국정 역사교과용 도서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역사 교과용 도서의 다양성 보장에 관한 특별법’(국정교과서 금지법)을 의결했다./이상훈기자 lsh@
이상훈 기자 lsh@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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