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춘·박춘풍 사건 벌어졌던
고등동·지동 등 중국인 밀집지역
길 하나 두고 한·중 갈등 표출
중국 제품 불매 분위기까지 감지
“선의의 피해자 생길까 걱정”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 우리나라에 대해 전방위적 압력을 행사하면서 경기도와 인천시 등이 대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중국에 대한 국민 반감이 고조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 관련기사 3면
특히 오원춘·박춘풍 사건 등 중국인 강력사건이 벌어졌던 수원 등에서는 내재돼 있던 ‘반중감정’이 ‘혐중’ 분위기로 옮아갈 가능성마저 감지되면서 자칫 선의의 피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의 ‘한한령’ 노골화에 따라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는 5일 수원 인계동 등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는 말이 맞을 정도로 현저히 줄어들었고, 수원의 ‘차이나타운’으로 알려진 경기도청 뒷편 고등동과 화서동 등은 물론 지동, 연무동 등 중국인 밀집지역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국가간 움직임을 따라 분위기가 확연히 갈렸다.
수년전부터 중국인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술집과 상점들의 간판은 이미 중국 간체자로 뒤덮인데다 중국어 대화를 듣는 일도 흔해진 수원역 인근 ‘수원 차이나타운’은 지난 4일 밤 길 하나를 경계로 ‘한국인구역’과 ‘차이나거리’로 구분이 뚜렷해, 예전과 달리 ‘두 나라’간 ‘선’을 넘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중국 관광객들이 점령했던 거리가 한산해진 것과 대조적으로 ‘차이나타운’에서는 중국인과 한국인을 비하하는 속어를 듣는 일도 잦아졌고, 일부 술집 등에서는 고성과 함께 국가간 갈등이 국민간 대립으로 고스란히 표출되는 일도 잦아졌다.
더욱이 중국 정부에 의한 경제 보복 노골화와 함께 한국 내 반중 감정이 격앙되면서 노골적인 거부감 속에 중국 제품 불매 분위기까지 감지돼, 자칫 지역 내 한·중 갈등속에 혹시나 하는 불상사에 대한 우려까지 일촉즉발의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는 상태다.
인근의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비가 오는 날이면 일을 나가지 못한 중국인들로 인해 곤욕을 치르는 일이 일주일이면 몇 차례씩 있다”면서 “밤이 되면 한국인들을 찾아 보기 힘든데다 박춘풍 사건 이후 중국인들이 조심하는 경향이 뚜렷해 특별한 움직임은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나도 감정이 안 좋은데 중국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상인 A씨는 “중국 사람들은 물건도 자기네끼리만 사 우리에게는 도움도 안된다. 한국에 와 돈벌기만 급급한데 우리도 당하고만 있을 게 아니라 강력 대응하고, 중국으로 보내버려야 한다”고 말했고, 식당에서 일한다는 중국동포 B씨는 “8식구 모두 한국에 와 돈을 벌고 있다. 중국정부의 한국에 대한 보복은 알고 있지만 우리와는 별개의 문제로 괜히 피해를 입는게 아닌가 걱정된다”고 불안해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중국인 관련 범죄가 특별히 늘었다거나 최근 사드에 따른 반중 감정 우려와 관련한 시비 등은 아직 없다”면서도 “혹시라도 양국간 갈등과 보복, 재보복 등에 따른 불상사와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각별한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국원기자 pkw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