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가 소비 회복의 발판이 될 것이라는 유통업계의 기대에도 미세먼지가 소비자들의 나들이 발길을 묶으면서 건강은 물론 경제에까지 찬물을 끼얹고 있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중국발 황사 영향으로 경기·인천·강원 등 전국 12개 권역에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 보건당국과 지방자치단체가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어린이, 노인은 물론 일반인조차 되도록 외출을 삼가할 것을 권하면서 주말임에도 쇼핑객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경보가 내려진 6일 매출이 지난해 같은 달 같은 주 토요일보다 5% 정도 줄었다.
앞서 연휴 5일간(1~5일)의 누적 매출은 1년 전보다 5% 정도 늘었지만, 6일 미세먼지 영향이 뚜렷해지면서 1~6일 연휴 엿새 매출 증가율이 2.8%로 주저 앉았다는 게 백화점 측의 설명이다.
현대백화점의 1~6일 매출도 미세먼지와 이른 더위로 공기청정기, 에어컨 등 가전 상품군 판매만 크게 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늘어나는데 그쳤다.
백화점 등 주로 오프라인 점포 영업 중심의 유통업체들은 이미 지난달부터 미세먼지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4월 매출(기존점 기준)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정도 줄었는데, 미세먼지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
상품군별로는 매출 비중이 큰 여성, 남성 패션이 각각 0.1%, 3.1% 감소한 반면, 결혼·이사 철이 겹쳐 리빙(생활용품)과 가전 부문은 각각 11.5%, 29.4% 늘었다. 가전 매출 호조에는 급증한 공기청정기 수요도 반영됐다.
현대백화점 4월 매출도 봄 세일 기간에 주말 봄비, 미세먼지 등 날씨 영향으로 방문 고객 수가 평상 시보다 줄면서 작년 같은 달보다 1.6% 줄었다.
하지만 미세먼지로 인기가 높아진 공기청정기와 의류건조기 등을 포함한 가전 상품군은 오히려 30.5%나 뛰었다.
환경 당국과 학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은 한국의 대기오염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연간 10조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소비 위축 영향까지 고려하면 실제 경제 피해는 훨씬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실례로 2015년 5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발생한 후 사람들이 외출 자체를 꺼리면서 소비가 곧바로 곤두박질쳤다.
한국은행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5월 20일과 6월 1일 잇따라 메르스 확진 환자가 확인되자, 야외 활동 위축과 외국인 관광객 감소와 함께 6월 소매판매, 서비스업 생산이 모두 5월보다 감소했다.
6월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은 1개월 사이 각각 12.6%, 14.7% 급감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이번 징검다리 연휴 기간이 예년보다 길어 기대를 많이 했는데, 6~7일 심한 미세먼지가 이어지면서 4월 봄 세일에 이어 5월 특수도 기대에 미치지 못미칠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김장선기자 kjs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