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예술이 함께하는 수원 등불교회 장병용 목사

2004.03.30 00:00:00

이른바 문화의 시대다. 아직도 전통적인 예배와 종교의식에 초점을 맞춘 사역이 주류 교계의 흐름인 가운데 문학과 음악 등 예술을 종교의 틀에 아우르는 교회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수원 등불감리교회 장병용 목사는 교회라는 이미지가 상징하는 다소 경직된 엄격성에 예술을 끌어들여 지역내 문화사역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몸소 실천하는 흔치않은 역할을 담당해 왔다.
고대 희랍에서는 다방면의 다재다능한 (versatile) 사람을 인간이 최고로 지향해야 할 가치있는 것으로 간주했듯 자기 영역만 고수해 다른 분야는 넘볼 생각도 관심도 없이 고도로 세분화된 전문화를 추구하는 시대에 종교와 예술, 혹은 종교와 정치 등을 재통합해 본연의 전인적 인간을 추구하는 것이 새로운 세기의 과제가 아닐까.
그동안 인간다움의 회복과 작은자를 섬기는 사회선교를 지속해온 등불교회가 지난 13일 창립 12주년을 맞아 한때 노동자 시인으로 불려졌으며 지금은 '생명 평화 나눔'의 삶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박노해 시인을 초청한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
현재 장병용 목사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가장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장애인의 전인교육을 담당할 장애인 복합문화공간 건립으로 조만간 금곡동에 터를 마련할 예정이다.
"우리사회 장애인의 경우 문화적 접근에서 황폐하다는 표현이 정확합니다. 따라서 문화센터를 건립해 정보 공유는 물론 다양한 문화 활동을 벌일 예정이며 특히 장애아들이 예술적 재능을 키울 수 있도록 아카데미도 꾸릴 생각입니다."
장 목사는 그간 '나눔과 섬김을 통한 봉사생활 실천' '예술을 통한 기독문화 창조'라는 비전아래 매년 바자회와 문화마당을 개최해 장애인 공동체 기금을 마련해 왔으며 지난해에는 국내 유명작가들의 동참으로 '십자가를 위한 변주곡'이라는 자선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또한 그는 부활절이나 추수감사절, 성탄절 등 절기마다 설교없이 국악으로 예배를 드리는 독특한 방식을 몇 년째 계속 고수하고 있고, 때론 폐회송으로 찬송가 외에 서정적인 가요나 연주자들을 초청해 이를 대신하는 등 파격을 보이기도 한다.
이렇듯 장 목사는 영혼의 아름다움을 일깨우는 예술을 통해 그리스도의 삶을 천착하고 나눔을 정착시키는 문화선교와 장애인 등 소외계층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회선교가 목회 방향의 큰 줄기라고 말하면서도 지향점을 갖고 목회하는 것에 대한 갈등이 많았다고 고백한다.
장 목사는 또한 나직한 목소리로 한국교회의 현주소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비치기도 했다.
특히 그는 교회도 영적인 부분만 국한해서 볼 것이 아니며 정치와 사회 역사와 무관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닌만큼 역사의식과 시대정신을 동시에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의 물량성장주의는 예수 복음의 핵심인 사랑을 상실한 것으로 사랑을 구체화하는 '나눔과 섬김'의 모습을 목회의 화두로 삼아야 합니다."
그 자신이 깐깐한 문단에서도 이미 인정받는 글장이이며 한때는 클라리넷으로 음대 진학을 꿈꿨을 정도로 음악을 사랑하고, 미적인 조예까지 갖춰 주변에 수많은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교류하고 있다.
시인인 고진하 목사가 "시와 예를 즐길 줄 아는 사람"으로, 도종환 시인이 "슬픔을 이야기하되 따뜻하고 담담하며, 올곧은 삶을 말하면서도 부드럽게 이야기할 줄 아는 사람"으로 묘사한 바 있는 장병용 목사.
아름다운 판화산문집 '먹감나무 한그루'의 단상에서 장 목사는 "험한 세상에서 등불은 '위로'이며 진정한 위로는 아픔과 상처, 절망과 희망, 슬픔과 기쁨을 함께 하는 것"이라며 교회 이름을 '등불'로 명명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의 교회가 많은 이들의 등불로 자리하길 기대해 본다.
김영주기자 pourche@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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