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일의 오지랖]코로나19와 학교 풍경

2020.06.26 04:00:00 16면

 

코로나19 사태는 학교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어버렸다. 3월에는 모든 학교가 개학을 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이후 온라인 개학을 하면서 교사와 학생은 온라인을 통해 처음 만났다. 이후 학교급과 학년에 따라 순차적으로 등교개학을 시작하면서 지난 6월 8일 드디어 전국의 학생들이 학교에 갔다.


학생들의 등교는 사회적으로 매우 예민하고 첨예한 문제였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종식되지 않았고 새로운 지역확진자와 해외 유입확진자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었으며 때로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로부터 폭발적인 감염 사례가 보고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의 하나라도 학교에서 감염이 시작된다면 기하급수적인 감염 상황도 예상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었다. 이는 학부모가 가장 걱정하는 상황이었다.


이와 같은 우려 속에서 학생들은 학교로 갔고, 안타깝지만 단위학교에서 지엽적으로 발생하는 감염 사례도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6월 22일 현재 전국 49개교에서 등교 수업이 이루어지지 못했는데 이는 전체 2만902개 유·초·중·고교 가운데 0.2%에 이르는 수치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학교를 통한 대규모 확산 감염은 아직까지 보고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우는 의료인과 방역 관계자들 못지않게 헌신하는 교사와 교육공무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19일부터 20일까지 성균관대학교에서 열린 한국교육학회 연차학술대회에서 최은경 교사는(안산초) 온라인수업 초창기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했다.


“학교에서는 웹캠, 마이크와 스탠드, 영상 편집 프로그램, 수업용 개인 마이크 등 필요한 기기는 요청하는 대로 신속하게 구입했다. (중략) 디지털에 익숙한 선생님들은 밤늦게까지 남아 수업을 촬영하고 만들었다. 교실마다 ‘녹화중’이라는 푯말이 붙었다.”


가르침을 지속하기 위한 교사들의 노력과 열정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교사들이 단순히 지식의 전달만을 목적으로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 수업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교육의 본질에 관해서도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최 교사가 ‘세상과 소통하는 언어를 익히는 것’으로 표현하는 인성 교육에 대한 책무가 그것이다.


같은 학술대회에서, ‘교사가 있지만 교사가 없다’라는 정은균 교사(군산 영광중)의 발제문 또한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그는 온라인 수업에서는 발현하기 어려운 수업의 교육적 가치와 의미들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등교를 맞이한 학생들은 학교에서 무슨 생각을 하면서 지내고 있을까? 학생들은 교사의 교육철학적 고민과는 달리 현실적인 두려움이 더 커 보인다. 같은 세션에서 발제한 김정빈 학생(광주 전남공고)은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수업을 하게 되면서 갖게 된 가장 큰 고민은 대학입시에 대한 걱정이었다. 그러면서 등교를 하게 되면서 느꼈던 감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내가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내가 감염되어서 우리 가족의 목숨까지도 위험 할 수 있겠다는 불안감이 훨씬 컸다.”

 

김정빈 학생은 등교 수업보다는 차라리 온라인 수업이 안전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에 김하늘 학생(대전 둔원고)은 온라인 수업의 장점을 ‘편함’이라고 하였다. 아침 식사를 편하게 할 수 있었고, 편한 복장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온라인 수업의 단점은 장점보다 더 많았는데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움, 주체적 활동을 할 수 없는 아쉬움, 수업 내용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원활하지 못한 점을 꼽았다.


온라인수업과 순차등교까지, 교사와 학생들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을 잘 극복하고 있다고 보인다. 그 동안 학교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지침에 따라 운용되는 시스템이었다면,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각 학교의 특성에 맞게 대응 방식을 구현하는 새로운 시스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를 ‘자치 효능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 기회에 단위학교의 자치권 확대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지역적 상황과 각 학교의 특성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톱다운(Top down) 방식의 의사결정 구조를 전환시키기 위한 교육계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학교 구성원 모두의 헌신과 열정에 더해 그들의 톡톡 튀는 민주적 아이디어는 새로운 학교상을 구현하기에 차고도 넘치기 때문이다.

임선일 webmaster@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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