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일의 오지랖]윤석열 총장의 상상(想象)

2020.07.30 06:41:57 16면

 

이룰 수 없는 꿈 또는 소망하는 일을 그려보는 행위. 이를 상상이라고 한다. 현재는 상상(想像)이라고 쓰지만 원래는 상상(想象)이었다고 한다. 상상(想像)의 의미는 ‘형상을 그려본다’라는 의미로 해석하면 그리 어렵지 않지만, 상상(想象)은 왜 코끼리 상(象)자가 쓰여졌는지 의아해 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여기에 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는데, 하나는 고대 중국의 황하(黃河) 지역에 살던 코끼리가 기후 변화로 인해 멸종되었고 후대에 코끼리의 뼈를 발견한 사람들이 나름대로의 상상력을 동원해 코끼리의 모습을 유추하면서 만들어졌다는 설(說)이 있다. 다른 하나는 인도에 사신으로 갔던 중국의 관리들이 그곳에서 코끼리를 본 후 돌아와 코끼리의 모습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생긴 단어라는 설(說)이다. 아무리 코끼리에 대해 설명한들 한 번도 코끼리를 본적 없는 사람들에게 그 모습을 설명하는 일은 무척이나 고된 일이었을 것이라 상상할 뿐이다.

 

요즈음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힘겨루기가 점입가경이다.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검언유착 수사의 대상자이고 윤 총장의 아내와 장모에 관한 좋지 않은 소문도 시중에 떠돌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이번 주 안에 발표되는 검찰 인사는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예상컨대 윤석열 총장의 측근들은 중요 보직에서 거의 제외될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검찰개혁위에서는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라고 권고했다. 이러한 결정은 단순히 검찰총장의 위상을 약화시키는 정도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총장은 후배 검사들에게 신망이 두터운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검찰개혁위의 권고를 법무부가 수용하게 된다면 더 이상 후배 검사들에게 존경과 신망을 얻는 검사로 기억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잃어버린 검찰의 수장이며 검찰의 위상과 명예를 실추시킨 검사로 기억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경까지 오게 된 가장 중요한 원인은 당연히 윤석열 총장 본인에게 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말은 국민들에게 매우 깊고도 강렬하게 기억되었다. 이 말은 사람들에게 ‘공정한’, ‘우직한’, ‘믿음직한’ 등의 이미지를 심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인의 말과는 다르게 그의 검찰인사는 자신에게 충성하는 검사들을 중용하면서 그만의 검찰공화국을 완성시키고 있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결국 본인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은 윤 총장 자신에게 충성하도록 만드는 아이러니(ironic effect)를 만들어냈다.

 

도대체 왜 이러한 상황을 만들고 있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 필자는 이 지점에서 그가 가졌던 상상(想象)에 대해 상상(想像)하고 싶었다. 윤석열 총장은 검찰을 지휘하면서 어떤 코끼리를 그리고 싶었을까? 혹시 본인의 화폭에 담기고도 남을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그가 말하는 법과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나라를 상상하고, 완성의 적임자를 본인이라고 상상(想象)하지는 않았을까 상상(想像)해 본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검찰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누구에게도 견제 받지 않았다. 우리사회가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이 양립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에 대한 통제권을 검찰권력이 쥐고 있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역사적으로 검찰의 눈 밖에 났던 인물이 무사한 적은 없었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윤 총장에게 조국 교수나 유시민 작가는 한낱 걸림돌 정도가 아니었을지 상상(想象)해 본다. 그의 상상(想像)은 검찰권력을 토대로 너무 멀리 날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되지 않은 권력은 국민에게 권력을 위임받는 자들보다 더 겸손하고 정의로워야 한다. 털끝만큼의 사심이 결부되는 그 순간, 권력은 부패를 시작한다. 그 동안 위임받지 않은 권력을 자유로이 만끽했던 검찰은 이제부터라도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격변기에 윤석열 총장은 검찰의 수장으로서 어떤 상상력(想象力)을 발휘할 지 지켜 볼 일이다.

 

앞으로 그가 어떤 상상을 하든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녹록치 않음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더 많은 시민이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개인의 의사를 표현하는 민주주의 방식이 우리사회에 이미 착근(着根)되었기 때문이다.

임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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