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의료진, "마지막 환자가 퇴원할때까지 싸우겠습니다"

2020.09.14 06:00:00 1면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3·5·6층 읍압병실 마련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이 일선 현장에서 코로나와 사투
확진자들 돌봄에 적극 움직이고 있어
일부 환자들 불평하거나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지만
수원병원 의료진 "코로나19 종식 까지 나설 것"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후 8개월이 지났다. 확산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혹독한 추위와 함께 한 때 정점(909명)을 찍고, 내리쬐는 햇볕에도 사그라들지 않으며, 2차 재유행(441명) 조짐을 보였다. 이제 코로나19는 일상이 됐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코로나19 확산세를 보이는 일선 방역현장에는 굳세게 버티고 있는 의료진이 있다. 감염병 위협에도 환자들을 진료하고, 마지막 확진자 퇴원을 목표로 악전고투하고 있는 그들의 뒤를 따라가 봤다.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은 지난 2월 23일부터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 이후 코로나19 관련 환자만 입원해 있고 주로 위증·중증 단계 이전 증상 환자를 관리한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이 되면 해당 병원의 안내에 따라 입원 여부가 결정된다. 병실이 부족할 경우다른 병원으로 이송된다. 

 

이달 14일 기준으로 확진자 총 660명의 환자가 수원병원을 다녀갔다. 병원 의료인력은 의사 23명, 간호사 115명 등으로 코로나19의 종식까지 병마와 싸우고 있다. 

 

총 170병상 가운데 89병상을 활용할 수 있다.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라 6인실에 환자 4명까지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병원 3·5·6병동은 간호스테이션을 기준으로 다인실이 들어섰고, 다른 한쪽에는 1인실이 있다. 모든 병실이 음압설비를 갖춰 코로나19 방역에 심혈을 기울였다. 층마다 간호사 30~35명이 있고, 주치의 포함 의사는 3명 이상 대기한다. 

 

13일 오전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의료진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본관 옆 드라이브‧워킹 스루 선별진료소에 인파가 몰렸기 때문이다. 방호복을 입은 의사와 간호사들이 검사를 시작했고, 안내에 따라 방문객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줄을 섰다.

 

5층 병동에서 만난 김광배 이 병원 외과 과장은 8월부터 환자들이 많아 퇴원하면 바로 다른 환자가 입원한다고 전했다.

 

그는 “아무리 의료체계가 잘 갖춰져도 (환자가) 급증하면 힘겨운 건 사실”이라며 “인근 대학병원 이송 전에 환자 상태가 악화될까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중환자실이 없으니 더욱 골머리를 앓고 있다. 환자들의 인공호흡기에 바이러스가 묻어나와 일반적인 중환자실과 다르게 운영돼야 한다”며 코로나19 전용 중환자실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어떤 환자는 오전까지 멀쩡하다 오후에 급작스레 돌아가셨다”며 “가족들한테 안부전화 하던 분이 그렇게 가시니 막막했다”고 말했다.

 

그는 진료를 위해 방역 최고 단계인 ‘레벨D’ 방호복으로 갈아입었다. 고글, 마스크, 장갑 등을 재차 확인했지만, 틈새에 테이프까지 붙인 모습이었다. 진료 후 의료폐기물통에 옷을 버릴 때 가장 위험한 순간이라며 묵묵히 계단을 올랐다.

 

비슷한 시각에 만난 박효숙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간호과장은 “드물지만, 환자들이 간호사에게 울분을 푼다”며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욕설하는 분도 종종 있다”고 했다.

 

6~7월에는 해외유입 환자들이 병원을 찾았다. 중앙아시아에서 온 환자와 의사소통이 어려워 번역기를 사용하거나, 통역사와 전화로 소통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

 

지난달에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에 입원하던 확진자가 도주하는 일이 발생했다. 9월에는 수원병원의 한 확진자도 탈출하는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는 “오전에 환자가 입원했는데, 잠시 후 사라졌다”며 “환자의 동선에 따라 감염병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었지만, 다행이 인적이 드문 곳에서 발견했다”고 말했다.

 

박 간호과장은 간호사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의료진들의 건강을 확인하고, 열이 있는 간호사는 바로 휴식을 취한다. 잠깐의 방심이 병원폐쇄로 직결되기에 여러 번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한다.

 

김도현(26)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간호사의 고충도 상당했다. 김씨는 “혈관이 잘 안 보이는 환자에게 장갑을 세 겹 끼고 주사를 놓다보니, 가끔 실수하면 환자들이 불만을 나타낸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감염병관리법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는 입원 중 사용한 물품 대부분을 폐기해야 한다.

 

그는 “입원할 때 미리 설명을 드리지만, 막상 퇴원할 때가 오면 ‘이 신발은 비싸서 가져가야 된다’, ‘이 책은 아주 귀한 책이라 가지고 나가야 된다’라고 하는 환자도 있다”고 설명했다.

 

노인 확진자들은 더욱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3월, 군포 요양원 확진자들로 간호사들은 더욱 바빴다. “치매환자의 경우 기저귀 교체를 위해 방호복을 수시로 다시 입고 벗었다”고 했다. 간호사들은 어르신들이 침대에서 떨어져도, 방호복부터 입어야 한다.

 

이렇듯 자주 코로나 환자를 접하다 보니, 감염병 확산이 우려돼 가족을 만나기도 어렵다. 이에 수원시는 의료진을 대상으로 행궁동 인근에 호스텔을 마련했다. 본래 호스텔은 6월까지 지원이 종료됐지만, 시에서는 ‘수원병원의 마지막 입원환자가 퇴원하고 2주까지’로 연장을 약속했다.

 

수원병원 의료진은 “마지막 환자가 퇴원할 때 까지”라는 목표를 내세웠다. 열약한 환경에도 환자를 우선으로 생각해 숨가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 경기신문 = 김민기 기자 ]

김민기 기자 mk12j@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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