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일의 오지랖] '라떼는 말이야~'

2020.10.20 07:26:16 13면

‘라떼는 말이야~'

 

TV를 켜면 가끔 이런 말이 자막으로 나오곤 한다. 물론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겠지만,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략히 설명하면 이렇다. 어학사전에는 ‘에스프레소에 따뜻한 우유를 1:2 또는 1:3 정도의 비율로 섞은 커피’라고 나와 있다. 하지만 요즘 ‘라떼는 말이야’라고 누가 이야기를 한다면 이를 원래의 사전적 의미로 이해한다면 소통의 오류가 발생한다. 왜냐하면 이 말은 원래 ‘나 때는 말이야’를 유희적으로 표현한 말이기 때문이다. 보통 이런 말은 직장의 상사가 부하들에게, 또는 부모가 자식에게 하는 훈계의 서두에 위치하는 말이다. ‘나 때는 밤 새워 일을 했어’, ‘나 때는 밥을 굶으면서도 공부를 했지’, ‘나 때는 선배가 하늘이였지’ 뭐 이런 말들이리라.

 

요즘의 젊은 세대는 이렇게 말하는 사람을 ‘꼰대’라고 한다. 대중적인 활자로는 1961년 2월 9일자 동아일보에서 꼰대를 '영감 걸인'을 지칭하는 걸린 집단의 은어로 소개되었다. 어학사전에서 꼰대의 뜻은 첫째, 학생들의 은어로, ‘선생(先生)’을 이르는 말이다. 둘째, 학생들의 은어로, ‘아버지’를 이르는 말이며 셋째, 학생들의 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은 의미가 확장되면서 ‘시대에 뒤처지는 사고를 하는 사람’, ‘일방적 의사소통만을 강요하는 사람’ 등을 통칭해서 쓰기도 한다. 이 말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아주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말이며 ‘꼰대’로 낙인찍히는 일은 무서운(?) 일이다.

 

그런데 이 ‘꼰대’라는 단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아쉬움이 있다. 권위적이고 일방적이며 새로운 세대와 새로운 시대를 이해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 그들에 대해 꼰대라고 지칭하는 것에 대해서는 천 번 만 번 동의한다. 하지만 직장의 상사, 선배, 또는 집안의 어른이나 부모로부터 타당한 의견임에도 불구하고 듣기 싫은 말을 들었을 때에도 꼰대라고 규정하는 것은 동의하지 않는다. 이는 다른 측면에서 보면, 회피하고자 하는 상황, 또는 사람을 ‘꼰대’라고 낙인찍는 일방통행적 의사결정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나이를 먹었다고 꼰대가 아니며 젊은 사람도 꼰대가 될 수 있다. 자기를 이해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꼰대가 될 수 없고, 자기의 생각이 항상 옳지도 않다. 즉, 꼰대라는 개념은 상대방을 수세적 지위에 안착시키는 도구로 적절하게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사회에서의 소통과 공감은 공동체를 구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유기적이고 역동적인 교감이 없다면 집단, 계층, 세대가 서로 반목하게 되는데 여기에서 서로를 규정하고 낙인찍는다. ‘꼰대’처럼 말이다. 이는 공동체로서 매우 불행한 일이다. 단순히 자기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타인을 배제한다면 우리 주변에는 ‘늙은 꼰대’와 ‘젊은 꼰대’가 넘쳐 날 것이다. 결국 꼰대의 의미는 일정한 틀에 가두어져 있지 않으며 상대적으로 규정되어 버리는 개념이라는 생각이다. 상대가 누구든 본인의 생각과 다른 말과 행동을 한다면 꼰대 프레임에 가둘 수 있겠지만 이는 사회적 폭력이다.

 

직장에서 마주치는 젊은 동료들, 내 잡글을 읽어 본 독자들, 일 때문에 만났던 여러 선생님들 중 누군가는 나를 두고 꼰대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행동과 말이 상식적이고 민주적이라는 판단이 선다면 앞으로도 나는 기꺼이 꼰대가 될 거다. “라떼는 말이야~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임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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