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일의 오지랖]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 Kruger effect)의 교훈

2020.11.16 06:00:00 13면

 

더닝크루거 효과란 능력 있는 사람은 자신을 과소 평가하고 능력이 없는 사람은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 또는 인지편향(認知偏向)의 오류로써 자신의 결정에 의해 잘못된 결과가 나타나더라도 자신의 잘못을 알아 낼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오류를 알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과거 영국에서 아프리카 나이저강(Niger R.)의 수원(水源, source water)을 찾는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 레드야드라는 사람을 탐험대장으로 임명했다. 나이저강은 아프리카 대륙 서부를 흐르는 강으로써 기니의 시에라리온 국경에 가까운 기니 지방에서 발원해 아프리카 서부지역을 크게 굽어 나이지리아로 들어갔다가 기니만으로 흘러나가는 길이 4,180km. 유역면적 189만 600㎢의 큰 강이었다. 그런데 이 거대한 탐험의 책임자인 레드야드는 쿡 선장 탐험대의 일원으로 아프리카 남단을 잠시 경유한 것이 전부일 뿐 새로운 도전을 기획하거나 실행 할 능력이 애초부터 없는 사람이었다. 결국 탐험대를 이끌고 이집트의 카이로에 간신히 도착한 레드야드는 담낭 관련 질환에 걸렸고, 황산을 마시는 자가치료(自家治療)를 하다가 1789년 1월에 죽었다.

 

그런 레드야드에게도 특출한 재주가 하나 있었는데, 재력가나 정치인과의 친분을 쌓는 데 놀라운 실력을 발휘하면서 자기 능력 밖의 일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미국 제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 1743년~1826년)이었다. 프랑스 파리 공사로 재직하던 제퍼슨은 레드야드가 러시아를 횡단해 베링해협까지 간 후 알래스카로 건너가 북아메리카의 서해안을 탐험하는 일을 후원하기도 하였다. 제퍼슨은 레드야드를 가리켜 ‘천재이자 거침없는 용기와 진취적 기상의 소유자’라고까지 극찬하였다. 그러나 그 천재는 상트페테부르크에 가는 길에 신발을 잃어버리고 돈을 구걸하기까지 하였다. 이후 그는 스파이 혐의로 체포되었고 1788년 영국으로 처량하게 돌아왔다. 그의 무모하고 황당한 짓거리에 동원되었던 평범한 사람들은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희생되었다.

 

인류의 역사에는 레드야드의 사례 이외에도 더닝크루거 효과를 보여주는 수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 이와 같은 일은 빈번하였고 이로 인한 폐해는 다른 사람들에게 전가되었다. 2020년도의 지구촌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대선 불복을 선언하고 사회의 혼란을 부추기는 미국의 트럼프가 그렇고 우리나라의 일부 정치인과 임명직 공무원도 그렇다. 운 좋게 자신의 능력 이상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 대부분 아첨꾼, 사기꾼, 허세꾼 일 수 밖에 없다는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그렇지 않다면 사회불안을 조장하고 사람들을 대립하게 만드는 현 상황을 어떻게 무심하게 지켜볼 수 있겠는가?

 

자신의 능력 범위를 초과하는 직무를 수행하는 일이 자칫하면 타인에게 심각한 고통을 안길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누구도 자기를 위해 타인의 희생을 요구할 권리는 없기 때문이며, 스스로의 능력을 판단하기 위한 성찰과 처신은, 어려운 일이지만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트럼프의 첫 번째 부인인 이바나의 발언은 되새겨 볼 만하다.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로 내려가 골프를 치며 평범하게 사는 것이 트럼프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

 

 

임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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