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의 징검다리] 1인1만원 정치화폐로 1인1표 보완하자

2021.01.12 06:00:00 13면

 

 

나는 국회의원 강민정의 후원회장으로 정치후원금 모집을 책임지고 있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됐다. 첫째, 교사출신, 공무원출신 국회의원은 과거의 동료선후배들한테 소액정치후원도 받지 못하도록 법이 금지한다. 공무원, 교사의 신분을 이유로, 좋아하는 국회의원한테 소액후원조차 못하게 막는 건 과잉금지의 전형이다. 법 개정이 요구된다.

 

둘째, 지금의 세액공제 정치후원금제도는 겉보기와 달리 정치의 부익부빈익빈을 강화하고 부익부빈익빈의 정치를 재생산하는 아주 몹쓸 제도다. 국세청 자료가 입증한다. 2018년 근로소득 상위1%는 정치후원금의 24.2%, 상위5%는 48.4%, 상위10%는 62.6%, 상위30%는 90.1%를 제공했다. 압도적이다. 반면 근로소득 하위50%는 2%, 하위70%는 9.9%를 제공했다. 보잘것없다, 종합소득 상위1%는 33.8%, 상위5%는 61.8%, 상위10%는 75.9%로 더 집중이 심하다.

 

소득중하위집단도 10만원까지는 전액 세액공제를 받는다. 자기부담이 전혀 없이 정치후원금을 낼 수 있지만 기회를 쓰지 않는다. 실은 고소득층도 정치후원자 비중은 5%를 넘지 않는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8년에 후원금을 한 푼이라도 낸 근로소득자는 1868만 명 중 26만80명(1.4%)에 지나지 않았다. 종합소득세 신고자 691만 명 중에선 더 적어서 3만9514명(0.6%)만 정치후원금을 냈다.

 

물론 이유가 있다. 첫째, 대부분은 세액공제 후원금 제도를 잘 모른다. 둘째, 알아도 정치후원은 마뜩치 않다. 주변에도 후원자가 없다. 셋째, 막상 해보려니 성가시다. 먼저 자기 돈과 개인정보를 넣어야만 한참 있다 세금공제를 받는다. 넷째, 그나마 청년, 전업주부, 실업자, 노인 등 비경제활동인구와 면세점 이하 저소득층은 세금혜택을 받지 못한다. 결과적으로는 소득계층을 불문하고 정치고관여층만 정치후원금을 낸다. 다만 소득상위권으로 갈수록 정치고관여층 비중이 높아지며 후원액수도 커진다. 의사당에서 소득상위 5%의 목소리만 메아리칠 뿐 소득하위 70%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제도적, 문화적 배경이다.

 

셋째, 대안이 있다. 선거 때마다 18세 이상 시민 누구나에게 평등하게 1표를 줘서 대표자를 뽑게 하듯이, 매년 18세 이상 시민 누구나에게 평등하게 1만원(선거가 있는 해에는 2만원)권 정치후원쿠폰을 줘서 대표자를 후원하게 하면 된다. 유권자의 제2투표권이자 중간평가권으로 정치후원제도를 혁신하자는 제안이다. 유권자 기본소득 정치후원제도라고 봐도 무방하다. 언론과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교육, 홍보해야 한다. 매년 ‘정치후원투표’의 날을 정해서 좋아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정치기본소득을 쓰라고 독려해야 한다. 이렇듯 정치후원권을 민주화하고 활성화할 때만이 선거투표권의 민주화와 활성화가 그랬듯이 정치의 부익부빈익빈과 부익부빈익빈의 정치를 동시에 제어할 수 있다.

곽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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