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견제 받지 않는 권력과 선거

2021.02.05 06:00:00 13면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거의 예외 없이 등장하는 돌발 변수는 바로 설화(舌禍)다. 이번에도 설화는 여야 가리지 않고 예외 없이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설화는 왜 선거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일까? 선거란 권력을 잡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의례이기 때문이다. 선거란 그런 존재여서 모든 정당들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그런데 이렇게 하다보면 오버하게 마련이다. 때로는 방어를 위해, 때로는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 오버한다. 설화는 바로 이 과정에서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가짜 뉴스도 동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모든 국가의 선거에서는 설화와 가짜 뉴스가 등장하는 것이다.

 

미국도 선거에서 가짜 뉴스와 설화가 종종 등장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미국은 우리보다 설화나 가짜뉴스의 빈도와 강도가 덜하다. 그 이유는 권력의 통제 가능성과 관련 깊다고 생각한다. 권력 통제가 비교적 원활한 국가의 경우는, 권력 추구의 과정에서도 어느 정도 규칙을 지키는 반면, 권력 통제가 비교적 허술한 국가에서는 선거 과정이 그야말로 무한 경쟁이 되기 때문이다. 권력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국가의 경우는, 지방 권력이든 중앙 권력이든 권좌에 일단 오르기만 하면, 제왕적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 지역이냐 중앙이냐의 범위만 다를 뿐, 자신의 권력 범위 내에서는 상당 수준의 힘을 과시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유명 정치인들이 성 관련 범죄를 드물지 않게 저지른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즉, 권력이 통제되지 않으면, 권력에 취하기 쉽고, 권력에 취하면 자신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존재라고 착각해, 범죄 의식도 없어지고 인권 의식도 증발한 상태가 된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권력을 통제한다는 것은 정치인들 자신들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지만 이것이 쉽지 않다. 인간은 누구든 자신이 가진 권력이 통제 받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상태가 지속되는 것인데, 이렇듯 권력을 “매력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국가에서는 그런 막강한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무한 경쟁으로 선거의 성격이 변할 수밖에 없다.

 

반면 권력의 통제가 비교적 잘 이루어지는 국가, 즉 권력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는 국가에서는, 무리하면서까지 권력을 쟁취하려 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국가의 선거에서는 룰이 어느 정도 작동한다. 결국 선거 때만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설화나 가짜뉴스 그리고 권력을 가진 이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범죄를 막으려면 제도가 권력을 통제하는 상황을 만들어, 권력에 대한 매력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법치에 입각한 민주주의는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흔희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지금 꽃을 피우고 있다고 착각한다. 과연 현재 대한민국은 그런 상태에 일까? 지금이라도 우리 모두 스스로 판단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신 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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