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의 창] 헤인즈 DNI 국장 방한 의미와 정보기관의 중립성

2021.05.25 06:00:00 13면

 

에이브릴 헤인즈(Avril Haines) 미 국가정보국장(DNI)이 지난 5.12-14간 방한했다. DNI는 16개 미국 정보공동체를 지휘하는 수장격 정보기관으로, 9·11 사태 이후 정보통합과 공유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설립한 기관이다. 그간 정보기관장 방한은 극비로 부쳐졌고 사전 노출되었을 때는 이를 막느라 대변인실 등이 고생했는데, 이번에는 반공개적 행사로 치러졌다. 왜 그랬을까? 몇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일각에서 헤인즈 국장 일정 공개를 한미동맹 강화 메시지를 중국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란 보도도 있었으나, 보안 유지의 어려움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었다고 본다. 국가정보원만 방문하고 간다면 보안유지가 가능하겠지만, 청와대· 국방부 등도 방문하는 만큼 노출될 수 밖에 없고, 그렇다면 노출을 역으로 방한의미를 부각시키는 기회로 활용했다고 본다.

 

둘째, 방한 목적을 놓고 북한에 대한 경고 등으로 해석하고 있으나, 한국의 대북인식과 정책을 파악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고 본다. 헤인즈 국장의 임무는 북한의 능력 평가와 의도분석이며, 이에 대한 대북정책 결정은 백악관과 국무부의 몫이다. 미국은 정보와 정책을 분리하는 전통이 강하게 살아있어, DNI 국장은 대북정책 수립에 깊숙이 관여하지 않는다. 그리고 헤인즈 국장은 CIA 부국장(2013-2015)과 국가안보 부보좌관(2015-2017)을 거치며 북한문제를 간접적으로 다뤄본 경험 밖에 없어 판문점 등 현장체험을 통해 몸소 겪어보려는 의욕이 컸다고 본다.

 

셋째, 헤인즈 국장이 바이든 대통령을 매일 만나는 실세여서 한국의 입장을 전달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보도와 관련해서, 섣부른 예단은 피해야 할 것 같다. 왜냐면 백악관은 거의 매일 ‘대통령 일일정보 브리핑(PDB, President Daily Briefing)’을 통해 국제정세를 토론하고 이 자리에 헤인즈 국장이 배석하지만 직접적 대북정책 관여는 자제할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 헤인즈 국장 개인의 업무능력과 리더십에 대한 평가이다. 여성이란 점에서 주목받고 있으나, 미국 정보기관장으로서 여성이 처음은 아니다. 트럼프 시절 CIA 국장을 지낸(2018-2021) 지나 해스펠(Gina Haspel)의 경우, 트럼프가 정보경험도 없는 측근을 CIA 부국장으로 임명하려 하자 직을 내놓고 반대할 정도로 강단을 보여주어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이에 비추어 헤인즈 국장은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상원 외교위원회 근무, 국가안보위원회(NSC) 법률고문을 거쳐 곧바로 CIA 부국장으로 진출하는 등 어떻게 보면 정치적인 임명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상원에서 조기 인준을 받은 이유는 정치적 중립성향 때문이다. 여러 공직을 거치면서도 정치적 편향성을 보이지 않았고, “정보에 관한 한 정치가 설 자리가 없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니라 미국민을 섬기겠다”며 정보기관의 중립성을 누차 피력해온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

 

다만, DNI 신설이 16년 밖에 되지 않아 국가정보국장이 실질적으로 산하 16개 정보기관을 효율적으로 통솔할 수 있는지, 아니면 정보기관의 대표격이란 상징에 그칠지는 개인적 역량에 좌우 되어온 그간의 행태를 볼 때, 헤인즈 국장의 리더십과 능력에 대한 평가는 조금 더 지켜 봐야 한다. 과거 DNI는 정보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CIA와 종종 충돌을 빚어왔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은 정보기관의 중립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임을 다시 일깨워주었다. 우리의 정보기관은 정권이 교체될 때 마다 정치적 중립성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문 정부에 들어와서도 이 논란은 여전한 실정이다. 국가정보원은 ‘과거사조사원’이란 오명을 벗어 던지고 미래를 향해 모든 역량과 정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정보’란 미래를 예측하고 고민해야하는 지난(至難)한 작업이다. 이를 방기하는 정보기관은 문을 닫아야 한다.

이일환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4로 15번길 3-11 (영덕동 1111-2)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