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일의 오지랖] 똘이장군과 늑대

2021.06.25 06:00:00 13면

 

 

초등학교가 국민학교로 불리던 시절, 나는 북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늑대인 줄 알았다. 이렇게 생각했던 이유는 당시에 인기가 있었던 ‘똘이장군’이라는 애니메이션 때문이었다. 1978년 시리즈로 제작된 이 만화는 우리 국민들의 반공의식을 고양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그 당시 국민학생이었던 나는 이것이 실제인 줄 알았다. 실체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주입된 내 인식이 문제였는데 말이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일이 2021년 한국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다. 며칠 전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이분은 경기도의 한 도시에서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으로 재직하고 계시는데 학부모들의 민원 때문에 많이 속상해하고 계셨다. 민원의 내용은 이랬다. 다문화가정 학생이 많은 이 초등학교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건설되면서 비다문화가정 학생이 대규모로 입학을 하게 되었다. 학교 측에서는 학교 소개를 위한 설명회를 비대면으로 실시하였고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학교에 대한 이해를 잘한듯했다고 한다. 그런데 일부 학부모들은 그렇지가 못했나 보다. 다문화가정 학생이 많은 학교의 교육과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더 나아가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접수하면서 학교는 민원 해결에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민원의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이러한 민원을 제기하게 된 원인은 일부 한국인 학부모들이 다문화가정 학생에 대한 이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하신다. 교육에 대한 철학과 학생들에 대한 사랑이 누구보다 가득 찬 교장선생님의 답답함이 느껴졌다.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가정 학생은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닌 지 오래되었다. 교육부가 2020년 8월에 발표한 교육 기본통계에 따르면 초등학교와 중등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다문화가정 학생 수는 147,378명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2019년 대비 1만153명이 증가한 것으로 전년에 비해 7.4% 증가한 수치이다. 이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다문화가정 학생은 국제결혼을 통해 국내에서 출생한 이들로서 전체 비율 중 77.2%를 차지하고 그 수는 11만3774명이다. 다시 말해 다문화가정 학생이 태생적으로 처한 환경이 다문화가정일 뿐이지 대부분의 다문화가정 학생은 국내에서 출생하고 성장했기 때문에 비다문화가정 학생과 정체성은 동일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문화가정 학생이 많다는 이유로 학교 측에 민원을 제기하는 행위는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한 일들을 보면 우리 사회가 다문화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동남아시아나 중국 출신의 다문화가정 학생이 아닌, 미국이나 유럽 출신의 다문화가정 학생이 많은 학교라도 그러한 민원을 제기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다문화가정 학생 일부는 어쩔 수 없이 피부색이 좀 다르고 또 어떤 학생은 가정환경이 좋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 문제를 내포한 집단처럼 생각하는 것이 북한 사람을 늑대로 생각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임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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