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수의 세계음악기행] ‘아뉘시카 샹카의 시타르 연주’

2021.07.12 06:00:00 13면

월드스타를 낳은 월드뮤직 5

 

 

작업실에 놀러 온 음악광 친구가 유튜브 뮤직으로 이것저것 찾아 듣는다.

귀에 익으면서 낯선 선율이 심장을 훑고 지나간다. 무슨 음악인가 물었다.

“시타르”

“라비 샹카?”

“아니 딸. 아누쉬카 샹카. 시타르 별로라면서?”

“딸 건 좋네 ”

월드뮤직이 낯선 이에게 선문답으로 들리겠다.

 

정리하자면 친구가 틀었던 음악은 아누쉬카 샹카(Anoushka Shanker)의 시타르(인도전통악기) 연주인데 그의 아버지 라비 샹카(Ravi Shanker 1920-2012)는 세계적인 시타르 연주자다. 대가인 라비 샹카의 시타르 연주에 관심 보이지 않았던 내가 딸의 시타르 연주에 반응하자 의아했던 것이다. 친구가 음악광다운 한 마디를 보탠다.

 

“하긴 월드뮤직은 전통, 민속만 고집하면 안 돼. 섞어야지”

 

시타르를 처음 만난 건 20년 전, 인도 배낭여행할 때다.

북서부 타르 사막 도시인 자이살메르까지 흘러들어 갔는데 초여름 비수기라 동행 여행자가 나 말고 서너 명뿐이었다. 가이드와 여행자들이 쉴 곳을 찾아 가는데 사막 풍경을 더 보겠다고 혼자 남았다.

 

사막은 처음이었다. 건물과 사람과 소음이 일상이던 도시인에게 ‘아무것도 없는 곳’이 주는 충격은 컸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곳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오래오래 앉아있었다.

 

노을이 졌다. 일행에게 가야겠다고 생각해 일어서는데 어디선가 지잉, 지잉하는 낯선 현의 퉁김이 들려왔다. 삼사십 미터 거리의 사구(砂丘) 위에 터번 쓴 노인이 앉아있었다. 기타 비슷한 현악기를 든 노인의 모습은 무대 위에 오른 연주자 같았다.

 

나 외에 아무도 없는데, 노인은 어디서 온 누구일까. 비현실적인 무대였고 연주자였다. 돌아보면 그 생생했던 기억이 사막에 취한 상태의 신기루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까지 든다.

 

사막 다음의 여행지를 일부러 시타르 연주회가 열리는 곳으로 정했다. 지방 소읍이었지만 열 평 남짓 공간에 너덜너덜 찢어진 벽지가 눈에 거슬렸던 공연장, 전통 복장차림이었으나 머리 부스스한 연주자의 표정 없는 얼굴, 한없이 반복되는 (것처럼 느껴진) 가락의 지루함 등, 실망을 준 관람이 기억난다. 호기심이 사라지니 감흥도 사라졌다.

 

연주자 탓이라고 생각해 시카르의 대가 라비 샹카의 연주를 찾아들었는데 그것도 별 느낌이 없었다. 그렇게 시타르는 멀어졌다.

 

강산이 두 번 변한 세월이 흐른 지금, 음악광 친구 덕에 다시, 전혀 다른 시타르를 만나게 된 것.

내가 접한 라비 샹카의 시타르는 전통적인 느낌이 강했는데 딸 아누쉬카 샹카의 시타르는 달랐다.

 

인도 문화가 주는 명상과 신비의 느낌은 놓지 않으면서 서양 악기와의 협연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현대적인 느낌을 더했다. 세련되고 편안했다. 친구 말대로 ‘섞어서’ 성공한 경우였다.

 

왜 영국의 비틀즈, 롤링 스톤즈가 시타르에 빠지고 작품 속에 넣었는지 이해가 갔다. 서양 악기의 한계를 넘을 돌파구가 필요했을 것이고 그것을 인도의 색다른 소리에서 찾았을 것이다. 비틀즈의 조지 해리슨은 라비 샹카에게 직접 시타르를 배우기까지 했다. 힌두교 신자가 된 것도 알려진 이야기다.

 

딸 아누쉬카 샹카와 라비 샹카를 둘러싼 이야기 중 재미난 이야기가 많다. 다음 회에 이어진다.

 

참, 음악광 친구가 유튜브를 통해 나를 시타르의 세계로 재호출 한 아누쉬카 샹카의 연주곡명은 ‘보이스 오브 더 문(Voice of the Moon)이다.

 

(인터넷창에서 www.월드뮤직.com을 치면 소개된 음악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김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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