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일의 오지랖] 난민(難民)

2021.08.24 06:00:00 13면

 

 

아프가니스탄이 20년 만에 탈레반의 수중에 떨어졌다. 자국의 이익 없는 전쟁은 하지 않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가 있은 후, 미군이 철군 결정이 내려지자마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서둘러 조국과 시민을 버리고 탈출했으며 정부의 고위 관리들도 다른 나라로 줄행랑을 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규군이 탈레반을 피해 부리나케 도망가는 모습은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였으며 시민들은 군인들에게 돌을 던졌다.

 

탈레반은 1996부터 2001년까지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했던 극단적 이슬람 근본주의 집단이다. 이슬람 교리에 충실한 이들은 여성의 사회 참여를 가혹하게 제한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여성의 교육과 취업을 금지하고 부르카로 온몸을 가리고 동행하는 남성이 있어야 외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인격체로서의 권리가 깡그리 무시되는 비인권적 처사임이 분명하다. 문제는 앞으로 아프가니스탄 사회가 이와 같이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와 그동안 정부의 관료로 일했던 사람들, 탈레반에 협조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가혹한 탄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아프가니스탄 사람들 중 일부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다른 나라로 탈출을 시도하고 있는데, 그 수가 무려 200만 명 정도라고 한다. EU(유럽연합)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의 인접국인 파키스탄과 이란을 지원하기로 하였고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도 나름의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가 지리적으로 유럽과 멀리 떨어져 있다 해도 이 문제에 대해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 같다. 아프가니스탄 난민은 그들의 생존투쟁을 위해 유럽을 넘어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갈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 언론도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한 기사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여론은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다. 온라인 기사의 댓글은 이들 난민에 대한 혐오가 대부분이며 난민 수용에 대한 의견에도 부정적이다. 이는 난민에 대한 일방적인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난민은 그들이 원해서 조국을 떠나는 사람들이 아닐뿐더러 몇몇 정치인과 군인의 추잡한 욕망에 의해 희생당한 피해자일 뿐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살기 위해 탈출하는 사람들을 인도적 관점에서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 납치, 폭행, 감금이 자행되는 장소를 탈출하는 일이 무슨 죄가 된단 말인가? 우리나라도 이들과 비슷한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일제강점기 시기, 일본의 만행을 피해 만주를 비롯해 미국과 남아메리카까지 난민의 길을 선택했고 해당국은 이를 수용해 주었다.

 

2021년의 우리나라는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과거, 일제강점기를 거쳐 개발도상국 시기에 다른 나라로부터 받았던 도움을 이제는 되돌려 줄만큼 큰 나라가 되었으며 선진국 시민으로서의 민주주의적 소양도 이미 가지고 있다. 우리의 역사적 맥락을 통해 난민에 대한 인식 전환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임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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