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온고지신]이태석 신부(1962~2010)

2021.08.25 11:19:53 13면

 

"나로 하여금 소중한 많은 것들을 뒤로한 채, 이곳까지 오게 한 것도, 후회 없이 기쁘게 살 수 있는 것도 주님의 존재를 체험케 만드는 나환자(한센인)들의 신비스런 힘 때문이다. 그것을 생각하면 그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하게 된다."

 

이 신부는 부산 인제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병역을 마친 뒤 광주 카톨릭 신학교를 다녔다. 2000년 로마 교황청이 세운 살레시오 신학교에 유학 중 내전 중인 남수단 오지 톤즈 마을에 선교사로 간다. 

 

이 신부가 그곳에서 8년간 실천한 선교 의료 교육활동은 초인적이었다. 그들은 신부를 '남수단의 슈바이처'라고 부른다. 2008년 잠깐 휴가를 나와서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대장암 4기였다. 투병기간에 톤즈로 돌아가고 싶어 했으나 끝내 선종했다. 48세였다.

 

종군기자로 명성이 높았던 kbs의 구수환 피디가 이 신부와 톤즈의 사랑과 우정을 다큐영화로 만든 게 '울지 마 톤즈'다. 나는 지난 2010년  9월 '울톤'을 관람했던 45만 명 가운데 하나다. 요즘도 영화 보면서 종종 눈물 나지만, 그날처럼 펑펑 쏟은 적은 없다. 세 번을 봤는데, 처음 혼자서 보던 날처럼 울었다. 실은 관객 모두 마찬가지였다. 

 

특이한 것은 몇 년이 지난 후에도 어떤 자리에서 이 신부나 '울톤' 얘기가 나오면 자동으로 눈물이 난다는 점이다. 십 년이 지나서 지난 3월 개봉했던 '부활' 때도 똑같았다. 이 코로나 정국에서 구감독이 자비를 들여 만든 것이다. 제자들 수십 명이 이태석의 정신으로 복제되어 다시 태어난 것이다. 기적이다.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리더십센터는 하버드 리더십센터와 함께 세계 최고로 친다. 그곳 임직원들도 우리 관객들처럼 눈물을 펑펑 쏟았다고 한다. 당연한 반응이다. 특정인의 진정한 헌신을 공동체가 100으로 받아들이면 언어 인종 문화가 장벽이 아니라 끝내 장점이 된다.

 

요즘처럼 불안한 시기에도 전국적으로 '울톤'과 '부활'이 소위 '써번트 리더십'의 대표적 콘텐츠로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 구수환 감독(이태석 재단 이사장)의 '찢어지게 가난한 마을에서 57명의 의대생을 배출한 비결'이라는 영상이 100만 뷰를 넘겼다. 3개월 만의 대기록이다. smiletonj.org에 가면 후원회원이 될 수 있다. 나도 그 일원으로 늘 흐뭇하다.

 

이태석은 경청 진실성 무욕 공감 공동체 의식의 총체다. 그 품격의 일부라도 체화시킨 정치인이 진짜다. 이번 후보들 8할은 저질 무능 탐욕 덩어리다. 총리와 공직 출신의  4인은 특히 시시하고 해괴망측하다. 겨우 그 정도로 대권을? 

 

육조 혜능스님의 말씀을 덧붙인다.
"一燈能除千年暗, 一智能滅萬年愚
등불 하나가 천년의 암흑을 제거하고, 지혜 한 가지로 만년의 몽매를 끝낼 수 있다." 리더는 이렇게 등불이면서 거지(巨智)여야 한다. 동서고금을 통틀어서... 

2022.3.9.

아, 대한민국!

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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