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사색] 북한 밤나무단지 조성사업

2021.08.25 06:00:00 13면

 

 

2004년 초여름, 개성 시내를 지나 동북쪽 오관산 방향 개성 영통사 복원 현장으로 가는 길. 울퉁불퉁한 산길을 지나면서 좌우의 산야를 유심히 보니 큰 수목이 잘 보이질 않는다. 옆에 앉은 개성시 인민위원회 K국장의 말이, 자신의 어린 시절에는 큰 나무가 많았었다고 한다.

 

평양에서 묘향산 가는 길(2시간 길)에서도 어김없이 시골마을 인근 산은 민둥산이다. 2012년 하나원에서 만난 함경도에서 온 탈북청년이 말하길, ‘소학교 시절 학교 다녀오면(자주 학교를 결석하고) 나무땔감을 하는 일이 하루 일과였다고, 주변에 나무가 없어 몇 시간을 걸어 멀리 가야 땔감나무를 구할 수 있었다고’. 겨울에 추위를 견디기 위해선 북한 주민들은 땔감을 필히 준비해야 한다.

 

시골에서 자란 필자도 중학교 시절 사방공사에 동원된 기억, 식목일만이 아니라 자주 나무 심기 작업에 나선 기억이 있다. 다행히 정부의 시탄 정책으로 무연탄에서 기름, 전기로 난방 방법이 변하면서 지금의 푸르른 산을 보게 되었지만, 북한의 경우는 많은 석탄 매장량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채굴 기술과 자재 부족, 수송을 위한 도로나 수송차량의 절대 부족 등으로 아직도 나무 채벌과 낙엽을 땔감으로 사용함이 일상이다 보니 북한의 산야는 더욱 황폐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북한의 영양실조는 사람만이 아니라 산야도 마찬가지로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그래서 과거 남북교류가 활발했던 시절 뜻있는 남측의 대북 사업자들은 북한에 나무 묘목을 보내고 함께 식수하는 사업을 추진하곤 했었다.

 

필자가 통일부 현직에 있을 시에도 가장 의미가 크고 꼭 실현되길 원했던 사업도 북한에 밤나무단지를 조성해 주는 사업이었다. 이 사업의 주관자는 백승인 회장님이시다. 북한에 밤나무 단지를 조성함으로써 북한의 산림녹화를 꾀하고 밤나무 과실을 북한 주민의 대체 식량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에서 펼친 사업이었다. 밤나무 묘목 생산을 위한 기술과 아울러 비닐하우스, 비료, 농기계 등의 자재를 우리 측 교회를 비롯한 민간단체 등과 연계하여 지원함으로써, 남북의 주민이 만나는 기회를 제공하여 민족 공동체 복원에 기여하자는 목적과 취지를 담고 있었다.

 

지난달 남북 통신선이 연결되었다는 소식에 이제 곧 남북 간 교류가 재개되어 밤나무 단지 조성사업도 다시 시작되겠구나 하는 벅찬 꿈을 꾸었다. 그러나 곧 이어진 한미 연합훈련 실시에 대한 북한의 반발 성명, 그리고 통신선 단절, 다시 꿈의 좌절을 맛보고 있다. 이번 주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면 북한은 준비된 도발을 행할 것이다. 북한은 절대 빈말을 하지 않는다. 빈말이 자신들의 약점을 보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의 악화가 더 진전되기 전에 이 정부의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감으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북한에 특사를 파견하여 관계 개선을 위한 우리 측 방안을 제시할 필요성이 매우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그 간 우리 정부가 약속했던 사항의 구체적 실천 계획을 제시한다면 북한도 수용할 것이다. 신뢰를 회복함이 남북 간 교류협력을 재개시키고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는 최우선 과제라는 사실, 정부는 잊지 말길 간곡히 부탁한다.

 

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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