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온고지신] 大任(대임)

2021.09.09 06:00:00 13면

 

'호연지기(浩然之氣)의 아버지' 맹자. 
대표 시 '대장부의 노래'와 함께 실로 큰 감동을 주는 또 하나의 시편이 있다. 선생은 당시 특급 정치컨설턴트이면서 큰 시인이었다. 그 위대한 문장 원문 그대로 옮겨보자.

 

天將降'大任'於斯人也(천장강'대임'어사인야)


必先勞其心志(필선노기심지)


苦其筋骨(고기근골)


餓其體膚(아기체부)


窮乏其身行(궁핍기신행)


拂亂其所爲(불란기소위)


是故動心忍性(시고동심인성)


增益其所不能(증익기소불능)

 

"하늘이 장차 '그 사람'에게 큰 일을 맡기려 하면, 반드시 먼저 그 마음과 뜻을 고달프고 우울하게 한다. 몸은 죽도록 힘들게 하고, 온 가족이 함께 굶어 죽을 만큼 가난뱅이로 추락시킨다. 뿐만 아니다. 하는 일마다 어그러지고, 어지럽혀 정신을 못 차리게 한다.

 

이는 '그 사람'의 마음을 크고 깊고 높이 움직여, 태풍 앞에서나 불판 위에서도 의연한 성품으로 단련하여, 마침내 지금까지는 할 수 없었던 어려운 일들을 너끈하게 이뤄내는 큰 인물로 키우기 위함이니라." (원문의 맛을 유지하기 위하여 의역을 맘껏 감행했다.)

 

2022년 3월 9일은 13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이제 6개월 남았다. 

 

스무 명의 후보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각축한다. 나에게는 기대되는 후보는 딱 둘뿐이다. 1녀 1남. 다 세워놓고, 맹자의 '大任論'을 저울과 잣대 삼아, 각각의 치적 도덕성 비전을 검증하고 싶다. 한 나라의 지도자로서 그 大任을 성공적으로 감당할 수 있으려면, 이 정도로 혹독하게 험산준령을 온갖 신산고초를 겪으며 넘은 인물이어야 하지 않겠나. 크게 양보하여 그 반의 반만큼이라도, 이토록 야비하고 사악한 세상과 맞짱 뜨면서 얻은 여러가지 상처와 흉터들을 감추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온 사람 말이다. 

 

놀라운 것은 주권자들은 이미 집단지성을 작동하여 무능 위선 탐욕의 하등인간들을 걸러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히 저질 네거티브 캠페인을 주도한 자가 경선 1라운드에서 참패했다. 실로 통쾌하다. 희망적이다. 국내 주류 언론 대부분은 대선 경선에서 개혁적인 후보들은 마구 괴롭힌다. 칭찬할 일에도 코피를 터뜨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전반에는 건전한 상식과 판단이 도도한 물결로 흐르고 있다. 이른바 '기레기 산업'으로 불리는 직종과 그 종사자들이 정론(正論)의 윤리의식과 자부심을 팽개치고, 저질 생계형 노동자로 추락하여 만행을 부리지만, 먹히지 않는 것이 그 증거다. 

 

나는 소년공 출신의 이재명을 주목한다. 그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정치인이 되었다. "조용한 바다는 유능한 항해사를 만들 수 없다", "고난은 위대한 교사"라는 격언들은 특별히 그에게 어울린다. 이 후보가 5000만 씨알들로부터 '大任'을 부여받아서, 임기 중에 8천만 민족을 합쳐내어 나라를 으뜸 군으로 승격시키고, 기후재앙의 도탄에 빠진 지구사회를 구하는 일에 인생을 걸기 바란다.

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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