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수의 월드뮤직기행] ‘영혼의 음악, 카를로스 나카이’

2021.09.13 06:00:00 13면

월드스타를 낳은 월드뮤직 14

 

 

 

영화 평론가 정성일 씨의 잊히지 않는 말이 있다.

“ 외계인이 실제 있어 내게 지구를 대표하는 가장 위대한 것 하나만 말하라 한다면 음악을 소개 하겠다”

청중 한 사람이 왜 영화가 아니고 음악인가 물었다.

그의 답 “ 영화는 너무 말이 많아요”

 

그런데 음악도 소음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세상과 인간에 치여 혼자 있고 싶은데 무심코 튼 음악마저 신경을 긁는다. 음악을 끄면 정적이 고통을 새로 부각시킨다. 그럴 때 카를로스 나카이를 찾는다.

 

아! 그의 플루트 소리.

 

내 사는 하늘 아래 다른 세상이 있고 문명의 발자국이 닿지 않은 초원이 있어, 새벽이슬 머금은 나뭇가지 하나 뚝 꺾어 피리를 만들어 분다면 그런 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신비로운 주술가가 만든 신기한 진통제가 몸에 듣는 듯 편해진다.

 

카를로스 나카이의 이름에 붙는 ‘북미 인디언 나바호족 전통 플루트 연주자’라는 소개.

 

그 한 줄 소개는 아메리카 땅의 피비린내 나는 역사와 원래 그 땅의 주인인 북미 원주민의 참혹했던 고통을 품고 있다. 유럽인이 아메리카 땅에 발을 디디며 퍼뜨린 전염병과 원주민의 땅을 빼앗는 과정에서 자행한 대량 학살은 북남미 원주민 종족의 씨를 말렸다.

 

미국은 얼마 안 남은 원주민들을 위한 답시고 인디언 보호구역을 따로 만들어 강제이주시켰다. 현재 약 200만 명의 북미 원주민 중 25% 정도가 300개 넘는 보호구역에서 거주하고 있다.

 

미국 헌법은 보호구역의 자치권을 보장하고 있어 인디언들은 나라 이름을 만들고 정부와 법도 새로 만들었다. 나바호족 카를로스 나카이는 자신의 나라를 미국이 아닌 나바호국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말만 독립국이지 인디언들은 농업, 단순 노동 등으로 먹고살기 힘들어 극빈자 보조금으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황량한 땅에서 피폐하게 살다 술, 마약, 도박에 빠진 이들도 적지 않다.

극심한 인종차별, 대책 없는 사회격리가 낳은 미국 내 인디언 자치국의 현실이다.

 

카를로스 나카이는 이 같은 현실에서 사라지고 잊혀가는 과거 인디언 문화를 플루트 하나로 세상에 일깨웠다.

 

1946년에 태어난 나카이는 교육 현실도 척박할 수 밖에 없는 인디언 사회에서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미해군 근무까지 마쳤다. 트럼펫 주자를 꿈꾸며 미국 주류에 속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불의의 사고로 트럼펫을 불 수 없게 되었다. 나카이는 원주민 전통 악기 삼나무 피리 연주를 독학으로 배우며 플루트주자로 변신한다.

 

1983년, 그의 나이 30대 후반에 나온 첫 앨범 Changes로 ‘이 세상에 없는 소리’, ‘영혼의 소리’라는 찬사를 받으며 세계 무대에 서기 시작한다. 나카이는 이후 월리엄 이튼, 필립 글래스, 폴 혼, 나왕 케츠그 등 세계적인 음악인들과 협주 무대를 갖고 협주 앨범을 내는 등 명실공히 세계적인 월드뮤직 스타가 된다. 그러나 카를로스 나카이의 음악은 독주로 듣는 게 최고다.

93년 발표된 ‘Canyon Trilogy’음반부터 들어보시기를.

 

(인터넷 창에서 www.월드뮤직. com을 치면 기사 속 음악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김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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