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사색] 흑백논리와 한반도 평화

2021.09.29 06:00:00 13면

 

 

1960년대 말 나의 고등학교 시절, 지금은 100세가 넘으셨음에도 우리 사회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계신 김형석 교수님께서 10권으로 된 전집을 내셨다. 가난했던 시절, 아들이 그 전집을 사 달라는 간청을 거절할 수 없어 큰 결단을 내리시던 내 아버님의 눈빛이 지금도 생생하다. 잠을 잊은 채 밑줄을 그어가며 연거푸 두 번을 읽었던 기억. 아마도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분은 김 교수님이라고 나는 지금도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

 

근래 그분의 현 정부에 대해 비판 기고문, 인터뷰 내용이 세간의 화제가 되면서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도 같은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다는 주위의 얘기를 들으면서 내가 아는 김 교수님은 그런 생각을 하실 분이 아닌데 혹시나 그런 생각을 갖고 계심이 사실이라면, 그분의 우리 사회에의 영향력을 생각할 때 그냥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남북문제, 나아가 민족의 통일문제는 이념의 잣대를 버리고 희망적 사고가 아닌 객관적 사실에 입각하여,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바른 길이 보인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김 교수님께서 현 대북정책에 비판적이라는 전제하에 그분의 의식세계를 합리적으로 한번 추론해 보자.

 

수구초심(首丘初心), 젊은 시절 고향을 떠나 남쪽으로 오셔서 오매불망 통일의 그날을 그리며 살아온 세월, 기독교인이시며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 독재와 세습정권에 대한 환멸, 그리고 북녘의 가족 동포들의 경제적 고난을 생각할 때 분명 그분의 의식 속에는 북한 정권은 제거되어야 할 악(惡)이라는 신념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 정권을 비호하듯 정책을 펴는 현 정부가 못내 아쉬워 잘못된 길로 인도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으로, 특히 내년 새로운 지도자를 선택해야 하는 시점에서 국민들께서 현 지도자와는 성격이 다른 지도자를 선택했으면 하는 바람이 현 정부 비판의 글을 쓰게 한 동기가 되지 됐으리라 추론해 본다.

 

나도 현 정부에 적지 않은 불만을 갖고 있다. 다만 대북정책에 대한 기본적 인식, 정책에 대해서는 그 길 밖에 다른 길을 생각할 수 없다는 관점을 갖고 있다. 나는 선(善)이고 상대는 악(惡)이라는 흑백논리로는 우리의 꿈 통일을 생각할 수 없다. 북한 정권의 반인권성에는 비판의 칼을 대야 하겠지만 없어져할 대상으로 생각해서는 평화, 나아가 통일의 꿈을 이루기 힘들기 때문이다. 북한정권은 어떤 제재와 어려움 속에서도 붕괴되지 않을 것임이 경험측상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불편한 진실이다.

 

더욱이 붕괴된다고 우리가 흡수할 수 있다는 생각은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또한 붕괴되어서는 안 된다는 관점을 갖고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가 우리의 최우선 국익이기 때문이다. 사민당과 기민당, 보수 진보정권의 변동과 관계없이 꾸준히 대동독교류협력정책을 추진하여 동독주민들의 마음을 산 결과, 동독주민의 자발적 선택에 의해 통일을 이룬 서독정부의 정책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화평케 하는자(Peacemaker) 하나님의 아들이라 불리리라"는 성경말씀은 남북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난 확신한다.

 

 

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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