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이 많은 회사는 쓰러지지 않습니다"

2021.10.25 06:00:12 5면

[人SIGHT 코로나19, 희망은 있다 ㈜한탑 엄한희 대표]
한때 찾아온 위기,'기본과 원칙' 경영혁신으로 극복
어려운 시기 헤쳐온 직원들 주인의식 갖추고 순이익 나눠
사업 확장을 통해 성장, 2030년 매출 2000억원 목표

 

성공한 기업 경영인, 스포츠 스타 등 각자의 분야에서 커다란 업적을 일궈낸 이들이 공통되게 강조한 단어 중 하나가 ‘기본’일 것이다. 어렵거나 힘든 상황 속에서 ‘기본’을 탄탄하게 다지고 원칙대로 행동하라는 조언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실천으로 이어져 결실을 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반도체, LCD 산업 장비 및 부품 제조기업인 ㈜한탑은 ‘기본과 원칙’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한때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으며, 처음부터 조직을 쌓아 올리고 코로나19 상황에도 매출 급성장을 이끌어내고 있다. 평택시 진위면에 위치한 ㈜한탑에서 엄한희 대표를 만나, 주인의식 강하고 원칙을 지키는 조직문화를 구축한 비결이 무엇인지 물었다.

 

Q. ㈜한탑이 ‘원칙과 기본’을 캐치프레이즈로 삼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지금까지 약 22년간 사업을 해왔는데 10년차까지는 늘 마음이 차지 않고 공허한 기분이 들었다. 이 업계가 엔지니어들을 구하기가 힘들고, 툭하면 우수수 사표를 내니 일방적으로 요구사항을 들어줘야 했다. 그러다보니 외형은 성장한 것 같아도 내부적으로는 부채도 많고 완전히 곪아터져서 엉망진창인 상황이었다.

 

그러다 (글로벌)금융위기로 하청이 모두 끊기면서 회사가 휘청거렸다. 다 끝났다는 생각에 매일 회사 앞 공터에서 소주를 세 병씩 마셨다. 그러다 내 자신을 다시 바라보니 어떤 기준이나 원칙 없이 돈만 쫓으며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더라. 겨우 보증을 받고 집을 팔아 자금을 마련하고, ‘원칙’대로 회사를 다시 만들어보겠다고 생각했다.

 

엄 대표는 3정(정품, 정량 정위치), 5S(정리, 정돈, 청소, 청결, 습관화)를 강조했다. 언제나 구석구석 깨끗하게 청소해 기름 냄새조차 맡기 어려운 제조환경, 원칙대로 만들어 꼬박꼬박 납기일을 맞추면서도 까다로운 일본 회사들을 만족시키는 품질은 한탑의 경쟁력이 됐다.

이밖에 비교적 시내와 가깝고 화성‧평택 반도체 단지와 접근성이 좋은 사업장 위치 역시 지리적인 이점이 됐다. 회사의 성장과 함께 차근차근 부지를 넓히면서 공장도 2개 동에서 7개 동으로 늘었다.

 

 

Q. 인력과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원칙과 기본을 지킨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완전히 저 세상까지 갔다가, 처음부터 다시 쌓아올린 회사다. 누구든지 원칙과 기본을 지키기가 쉽지 않은 듯하다. 힘들다보니 모두 떠나고 없더라. 그때 있었던 직원 중 지금까지 남아있는 사람은 세 명 정도밖에 없다. 신규직원들을 뽑아 원칙이라는 틀과 정상적인 속도를 지키게 했다. 직원들도 힘들게 견뎌낸 만큼 회사에 대한 프라이드가 생기고 퇴사율이 줄어들었다.

품질도, 관리도 모두 원칙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세메스(삼성그룹 계열사)에 이어 일본 캐논과의 거래를 성사했고, 캐논 정식 협력업체가 되어 우수협력사 표창을 받았다. 대기업들 사이에서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는 회사라는 신뢰가 쌓이면서 주문 물량도 많아졌고, 점차 성장하게 됐다.

 

㈜한탑의 최근 3년간 이직률은 0.82% 수준이다. 엄한희 대표는 “주인이 많은 회사는 쓰러지지 않는다”는 신념 하에 회사의 성장만큼 직원들에게도 그 몫을 돌려주고 있다.

회사 내부에 구내식당과 카페, 헬스클럽 등 복지시설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매년 회사의 순이익 중 10%는 함께 고생해온 직원들에게 나눠준다. 한탑의 성과금은 웬만한 중견기업이나 대기업보다도 더 높은 수준이다.

 

Q.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한탑은 전년대비 2배 이상의 매출(346억원)을 올렸다.

올해 매출은 450억원에서 48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내년엔 650억, 내후년엔 800억~900억원 사이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성장률의 근거는 반도체의 성장과 더불어 글로벌 기업의 신규 영업이다.

현재 포승지구에 약 3500평의 토지를 사서 후처리 공장을 짓고 있는데, 세계 1~3위에 이르는 글로벌 장비사들과 거래할 준비를 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높은 품질을 요구해도 한탑은 이미 (그 수준이)통상화되어 있다. 우리는 단순히 조립하면 그만이라고 임의작업을 하지 않는다. 도면에 나와있는대로 정확히, 머리카락의 10분의 1이라도 벗어나면 ‘아웃’이다.

 

이밖에 ㈜한탑은 성장과 더불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 또한 다하고 있다.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며 최고의 일자리기업으로 선정되는가 하면, 오산시, 평택시 등에 소외계층을 위한 성금을 수차례 기탁했다. 엄 대표는 “돈은 어디까지나 수단이지 가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Q. 앞으로 ㈜한탑을 어떤 기업으로 성장시키고자 하는지 궁금하다.

우리 회사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중 최고의 기업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성장을 앞두고 꿈틀거리고 있다. 내 눈에는 ㈜한탑이 2030년에는 매출 2000억원을 넘어서는 회사로 성장할 것이 보인다. 아울러 직원들과 함께하는 기업, 나눌 줄 아는 기업을 만들겠다.

 

[ 경기신문 = 편지수 기자 ]

편지수 기자 pjs@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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