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컨소시엄 짜 페이스북 내부문건 보도…"최대위기 되나"

2021.10.26 08:32:45

뉴욕타임스·CNN 등 17개 언론사 '페이스북 페이퍼' 시리즈 내보내
"17년 회사 최대위기 될지도"…페이스북 "잘못된 전제에 기반" 반박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의 실상과 이면을 들추는 내부 문건이 대거 공개되면서 이 회사에 최대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CNN은 내부 고발자가 된 전(前) 페이스북 수석 프로덕트 매니저 프랜시스 하우건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미 하원에 폭로한 이 회사 내부 문건인 일명 '페이스북 페이퍼'가 미 언론에 보도되면서 이 회사 17년 역사에 가장 심각하고 광범위한 위기가 될 수 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 미국의 17개 언론사 컨소시엄은 하우건이 일부를 삭제해 공개한 수백 건의 페이스북 내부 문건을 토대로 최근 이 회사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기사 시리즈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언론사들이 집단으로 페이스북의 실상을 고발하는 기획물을 내보내기로 한 것이다.

 

이번 보도는 페이스북이 내부 연구를 통해 자회사 인스타그램이 10대 소녀들의 정신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했고, '크로스체크'란 프로그램을 통해 유명 연예인, 스포츠 스타, 정치인 등 사회적 명사는 '화이트리스트'로 분류해 콘텐츠 감시를 사실상 면제해줬다는 사실이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폭로된 것에 이어지는 후속보도다.

 

WSJ 보도 역시 하우건이 제공한 문건을 토대로 이뤄졌다.

 

페이스북이 처한 위기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우건을 증인으로 불러 청문회를 개최한 미 상원은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에게 증언대에 서라고 요청했고, 22일에는 또 다른 익명의 전 페이스북 직원이 SEC에 하우건과 비슷한 주장을 하며 페이스북을 고발했다.

 

CNN은 페이스북이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보호나 콘텐츠 감시에 대한 스캔들을 여러 차례 겪었다면서도 이번에 폭로된 문건은 이 회사 사업의 전 영역에 걸쳐 있다고 지적했다.

 

공개된 문건 중에는 '도둑질을 멈춰라' 같은 2020년 미 대선 결과 부정 운동이 어떻게 페이스북에서 확산했는지에 대한 내부 분석 결과도 있다.

 

이 분석 보고서는 페이스북이 당시 시행한 조치들이 '도둑질을 멈춰라' 운동의 비약적 확산을 중단시키기는 고사하고 늦추기에도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도둑질을 멈춰라' 운동과 관련된 각종 콘텐츠와 이용자, 단체에 집합적으로 대처하기보다는 개별적으로 취급하면서 끔찍한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각각의 콘텐츠를 응집력 있는 운동보다는 개별적으로 봤기 때문에 어떤 그룹이나 페이지가 위반 기준을 넘을 때만 이를 제거할 수 있었다"며 개별 게시물이나 댓글은 증오와 폭력, 허위 정보로 둘러싸여 있더라도 독자적으로는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결국 페이스북은 의회 폭동 사건이 발생한 뒤에야 선거 결과를 부정하는 그룹이나 페이지가 응집력 있는 운동이라고 깨닫고 규정을 개편했다.

 

의회 폭동 뒤 페이스북 임원들이 대내외적으로 폭동을 규탄하는 메시지를 올리자 일부 직원들은 뒤늦은 조치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한 직원은 "폭력이 일어나도록 하지 않으면서 (소셜미디어상의) 담론을 어떻게 관리할지 알아낼 충분한 시간이 있지 않았느냐"며 "우리는 이 화재를 오랫동안 부채질해왔고 이제 그게 통제 불능이 됐다고 해서 놀랄 게 없다"고 썼다.

 

'좋아요'와 '공유하기'처럼 페이스북이 도입한 혁신적 기능은 페이스북을 규정하는 뿌리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걸림돌이 됐다.

 

NYT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모양의 '좋아요' 버튼과 다른 이모지(그림문자라는 뜻으로 이모티콘+이미지의 의미) 반응을 없애고 그 파급효과를 살펴보는 실험을 벌였다.

 

성인 중심인 페이스북과 달리 인스타그램의 어린 이용자들은 친구들로부터 '좋아요'를 많이 받지 못하면 때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험 결과 '좋아요' 버튼을 숨기자 이용자들은 게시물이나 광고를 덜 봤다. 그렇다고 10대들의 사회적 불안을 경감해준 것도 아니었고, 예측과 달리 젊은 이용자들은 사진을 덜 올리기 시작했다.

 

NYT는 페이스북 내부 연구자들이 각종 실험을 통해 반복적으로 발견한 것은 사람들이 '좋아요'와 '공유하기' 같은 핵심 기능을 오용하고 있거나 이 핵심 기능이 해로운 콘텐츠를 증폭한다는 사실이었다고 전했다.

 

'좋아요'는 사람들의 관심사나 특정 사안에 관한 정서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실마리였다. 페이스북은 이를 통해 사람들의 관심사를 반영한 표적 광고를 보냈고, 그들이 더 보고 싶어하는 것을 뉴스피드에 노출해 사람들이 페이스북에 더 오래 머물도록 했다.

 

그러나 2019년 8월 작성된 내부 메모에서 몇몇 연구자들은 페이스북에서 허위 정보와 증오 발언이 번성하도록 한 것은 페이스북의 핵심적 메커니즘이라면서 "우리 플랫폼의 메커니즘은 중립적이지 않다"고 진단했다.

 

NYT는 페이스북이 최근 몇 년 새 보고 싶지 않은 게시물을 차단하기 쉽게 하는 등 일부 기능에 변화를 줘 왔지만 친구와 팔로워, '좋아요'를 모으는 핵심적 작동 원리는 거의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문건 가운데에는 페이스북이 물리력과 사기, 강요 등을 통해 가정집에서 노예처럼 부릴 사람을 인신매매하는 활동에 동원됐다는 사실을 2018년부터 알고 있었다는 내용도 있다.

 

이 문제가 너무 심각해지자 2019년에는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퇴출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은 여전히 언론들이 자사를 왜곡된 방식으로 그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의 앤디 스톤 대변인은 언론 보도가 "잘못된 전제"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반박했다.

 

대변인은 "그렇다. 우리는 기업이고 이익을 창출한다. 하지만 우리가 사람들의 안전이나 행복을 희생시켜 그렇게 한다는 관념은 우리의 상업적 이익이 어디 있는지를 오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이 모든 것은 페이스북에 대한 불편한 질문을 제기한다"며 "페이스북이 놀랍도록 큰 플랫폼에서 현실 세계의 잠재적 해악을 정말 관리할 능력이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이 소셜미디어 공룡은 너무 커져서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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