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온고지신] 기후지도자

2021.10.29 06:00:00 13면

 

"국가 지도자들이 수십 년간 쓸데없는 소리만 해왔다. 이렇게... blah blah blah. blah blah blah. 오늘의 진실은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지도자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어느 정치평론가가 대한민국 현대사와 기후이슈를 묶어서 함께 비판한 것 같다. 아니다. 10월 31일 영국의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유엔기후협약 당사국 회의를 앞두고 18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2003년생)의 가디언지 기고문의 일부다.

 

모두들 알다시피, 인류사회는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산업화 이전 대비, 1.5°C 수준으로 지구온난화의 상한선을 정했다. 이게 무너지면 돌이킬 수 없다. 끝이다. 과학자들은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폭우 폭염 산불 태풍 등의 연쇄적인 이상현상들은 종말론적 재앙을 경고하는 거라고 말한다.

 

노벨재단이 이 위대한 소녀에게 평화상을 주면 좋겠다. 금년까지 3회째 빗나갔다. 기후위기의 절박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증거로 보인다. 금년 평화상 수상자는 필리핀계 미국인 마리아 레사와  러시아의 드미트리 무라토프. 각각 두테르테와 푸틴에게 저항한 언론인이다. 나는 언론자유보다 기후위기가 백 배 더 긴급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떤가.
결코 깡패로는 보이지 않는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중 모욕적인 별명 하나를 얻었다. '기후깡패'. 이 불명예는 개인의 몫이 아니라 국가의 몫이며, 8000만 민족의 몫이기도 하다. BTS 기생충 미나리 오징어게임 등으로 국격이 세계 최곤데, 저질정치는 공동체 전체를 기생충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놀라운 것은 국가대표는 별로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큰 문제라고 여기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이와 관련하여 한 번도 사과나 유감을 표한 적이 없다. 반성하고 더욱 매진하여 전화위복하겠다는 각오를 언명한 적도 없다. 해괴하다.

 

문재인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리더를 결정하는 차기 대통령 선거가 이제 4개월 남짓 남았다. 경선과정은 어린애들이 보더라도  저급하다. 부끄럽다.

 

과연 누가 될까. 
다음 대통령은 기후위기의 실효적 해결사여야 한다. 시대정신이다. 당선자는 본인 공약은 물론, 경쟁자들이 제시했던 공약들을 엄중하게 취사선택하고, 그 유기적 상관성들을 추출하여 궁극적으로 기후위기를 벗어나는 대도(大道)를 전략화해야 한다.

 

세상을 이끌어가는 정치인뿐만 아니라, 관료 학자 기업 등 주요분야의 리더들은 지금 제 집에 불이 나서 가족이 타죽는데, 밖에서 멍청이들처럼 여유작작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다는 게 젊은 세대의 시각이다. 그들이 캐스팅 보터다. 놀라운 아이러니다.

 

격화소양(隔靴搔痒)! 
신발을 신은 채 발바닥 가려운 곳을 긁는다는 말이다. 그 더러운 손으로 나라의 백년대계를 만지작거리는 산업이 정치다. 이번에는 끝내자. 제발!

 

2022년 3월 9일은 국운(國運)의 도약과 추락을 가름하는 날이다.

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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