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휘의 시시비비] ‘공수처’ 폐지?

2021.12.08 06:00:00 13면

 

 

온 국민의 기대를 안고 출범한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가 안타깝게도 만신창이가 돼가고 있네요. 애초부터 비토해온 일부 정치권의 발목잡기를 뚫고 어쨌든 닻을 올린 공수처 아닌가요? 공수처는 일본 정·관계의 정수기 역할을 해온 도쿄지검 특수부 신화를 모델로 삼고 희망을 걸어온 특별한 수사기관이잖아요. 그런데 어렵사리 출범한 공수처가 ‘대통령선거’라는 폭풍 앞에서 속절없이 흔들리고 있군요. 왜 이렇게 됐을까요?

 

공공연하게 ‘공수처 폐지’ 구호가 나도는 선거판의 흐름이 불편하기 짝이 없네요. 일부에서 “공수처 수장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등장했군요. ‘무능’을 그 이유로 들지만, 그게 정말 문제의 핵심일까요? 하긴 공수처가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압수수색’조차도 합법을 인정받지 못할 정도로 허술했으니까 그럴 만도 해요. 더욱이 핵심 인물인 손준성 검사를 상대로 법원에 신청한 영장이 세 번씩이나 기각됐잖아요.

 

법원에서 손 검사에 대한 영장 실질심사를 하는 중에 여운국 공수처 차장이 했다는 “공수처는 아마추어”라는 말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군요. 하지만 정말 치명적인 뉴스는 여 차장이 “고발 사주는 대장동 넘는 국기문란”이라는 사견을 펴다가 재판관으로부터 제지를 받았다는 대목이에요. 판사를 설득하기 위한 논리라고는 하지만,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고 만 거죠. 무슨 심사로 그렇게 한 것인지, 참으로 딱한 일이 아닐 수 없어요.

 

공수처는 국민으로부터 ‘정치적 중립’을 의심받는 순간 존재가치를 모두 잃는다는 건 상식이에요. ‘정치적 중립’ 확보는 출범 당시부터 이미 충분히 강조됐던 부분이고, 김진욱 공수처장도 기회가 있을 적마다 호언장담을 해왔지요. 여 처장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고발 사주 사건을 대장동 사건과 비교해 단정적인 판단을 드러냈을까요? 본의가 어디에 있었든지 간에 그건 공수처의 편파성을 고백한 것으로 읽히는 위험한 언사예요.

 

하지만 툭툭 불거지는 섣부른 ‘공수처 폐지’ 주장에는 찬성할 수가 없어요. 갓 태어난 아기처럼 아직 여물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서둘러 극약 처방부터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아요. 원칙으로 돌아가야 해요. 아직 공수처의 수사 능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현상이에요. 정치권에서 자꾸 집적거리는 것 자체가 국민 소망을 망각한 일탈 행위예요.

 

여야 정치권은 공수처를 좀 놓아주세요. 엎어져서 무릎이 까이건, 코피가 나건 그건 어차피 겪어야 할 성장통이잖아요. 문제를 고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에요. ‘정치적 중립성’을 절대로 의심받지 않는 공수처가 되도록 제도와 환경을 완성해주어야 해요. 국민의 간절한 염원 속에 어렵사리 태어난 공수처가 정말로 권력을 제대로 감시하고, 부패한 고위공직자들을 과감히 솎아내는 독립수사기구가 되도록 공을 더 들여야 할 때예요. 누구든 제발 ‘얇은 냄비’처럼 굴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안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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