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인물의 초상화지만 다른 모습인 건 왜?

2021.12.13 06:00:00 11면

경기도박물관 초상화 기획전 ‘열에 일곱七分之儀’…내년 2월27일까지
‘조영복 초상’ 포함 보물 4점과 경기도 유형문화재 8점 등 30여 점 전시

 

 

두 점의 초상화가 있다. 숙종 대부터 영조 대에 이르기까지 관직에 있었던 문신 이지당(二知堂) 조영복의 초상이다. 같은 해인 1725년 완성됐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의복도 자세도 다르다.

 

한 초상화는 선비들의 일상복인 도포 차림에, 당대에는 드물게 두 손을 드러냈다. 조영복의 유배 기간에 동생 조영석이 그린 것으로 관료보다는 유학자의 면모를 나타낸 것이다.

 

다른 한 초상화는 호랑이 가죽이 깔린 의자에 앉아 손을 가지런히 모은 격식을 차린 자세다. 어진 화사 진재해가 그린 초상으로 입신양명의 모습을 담고 싶어 한 느낌을 전한다.

 

이처럼 같은 대상을 표현해도 서로 다른 모습의 인물이 그려지곤 한다. 그래서 예부터 초상화를 ‘칠분(七分)’이라 불렀다. 사람의 일부, 즉 ‘열에 일곱’만을 그려낼 수 있다는 의미이다.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박물관(관장 김기섭)이 지난 7일 개막한 초상화 기획전 ‘열에 일곱七分之儀’은 이처럼 한 인물을 그린 여러 초상화를 모아 살펴보는 것으로써, 조선 시대 초상화가 인물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다양한 방식을 조명한다.

 

초상화는 그동안 사료·자료로서의 가치가 많이 부각돼 왔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한발 더 나아가 인물을 표현하는 그림인 ‘초상화의 특성’에 주목했고, 개인의 정체성이 그림에 어떻게 구현되는지에 집중한다.

 

전시는 대표작 ‘조영복 초상(趙榮福肖像)’을 비롯한 보물 4점과 경기도 유형문화재 8점 등, 모두 3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며, 총 5부로 구성됐다.

 

1부 ‘칠분의 구현’에서는 보물로 지정된 두 점의 ‘조영복 초상’을 통해 그림이 인물의 서로 다른 부분을 잡아 표현하는 방식을 살핀다. 2부에서는 ‘조영복 초상’을 그린 명망 높은 두 화가 조영석과 어진화사 진재해를 소개한다. 3부 ‘한 사람, 두 개의 모습’은 한 인물을 그린 서로 다른 초상화를 한자리에 모았다.

 

정윤회 학예사는 7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각각의 초상화는 같은 대상을 표현하면서도 서로 다른 모습으로 인물을 그려낸다. 이는 곧 모든 초상화가 한 사람의 서로 다른 마음 일부를 보여주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시를 통해 서로 다른 초상화들이 어떻게 한 사람의 각기 다른 일부를 공교하게 잡아내는지 살펴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4부 ‘각기 다른 얼굴, 서로 다른 빛깔’에서는 박물관의 다양한 소장품 초상화를 통해 그림이 정체성을 시각화 하는 다양한 양상을 살핀다. 공신도상의 이모 전통과 성현 이미지의 전승, 20세기 이후 초상화의 제작 양상 등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소개된다.

 

대표적 작품이 송시열(조선중기 성리학자)의 초상화인데, 그의 초상화는 후세에도 적극적으로 이모되거나 모사돼 많은 수량이 전해진다. 그는 여러 초상화에서 유학자의 복장인 ‘심의’를 입고 있다. ‘송시열 초상’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이 ‘초상’은 그림 속 인물이 누구인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인물이 입고 있는 심의를 통해, 인물에게 송시열과 같은 유학자의 이미지를 투영하고 싶었다는 것을 추측해 볼 수 있다.

 

5부 ‘오늘, 우리의 초상’은 초상화 그리기 대회에 참가한 어린이들의 작품과 수상 어린이 인터뷰를 영상으로 소개하고, 이를 통해 지금 시대 초상화의 모습을 확인한다.

 

 

 

이번 전시의 또 다른 특징이 여타 전시와는 다르게 작품을 설명하는 글이 적다는 점이다. 관람객이 작품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성하려는 취지다. 

 

정윤회 학예사는 “설명 글을 줄이고 학예연구사들의 전시 해설 영상을 배치했다. 또 작품의 이름표에 표기된 QR코드를 통해 상세 설명과 세부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해 관람객의 전시 이해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내년 2월 27일까지.

 

[ 경기신문 = 정경아 수습기자 ]

정경아 수습기자 kyunga1013@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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