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범의 미디어비평] 단장취의(斷章取義) 저널리즘

2021.12.10 06:00:00 13면


월요일 아침 7시부터 8시. 출근 시간대로 포털을 통한 뉴스 소비가 많고 주목도도 높은 시간대다. 지난 3일(월), 이 시간대에 포털 ‘다음’의 뉴스 랭킹 1위는 중앙일보의 ‘“존경하는 박근혜” 우호 발언 이재명…TK지지율 9→28% 급등’이었다. 7시 전까지 1위를 기록하던 한국일보의 생활밀착형 기획기사인 ‘“차 빼지도 넣지도 못하고…” 주차가 괴로운 한국인’을 2위로 밀어냈다. 중앙일보는 이 기사로 그날 뉴스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사라져야 할 그릇된 관행, 두 가지가 있었다.  


먼저, 제목은 이재명 후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발언을 한 결과, 지지율이 급등한 것처럼 착각케 한다. 그러나 이 신문이 제목으로 뽑은 TK지역에서의 30%에 근접하는 지지율 급등 데이터는 한국갤럽이 11월 30일부터 12월 2일까지 조사한 결과였다. 이 후보가 ‘존경하는 박근혜’ 발언을 한 날은 3일, 전주에서 청년들과 소맥회동 때였다. 시기적으로 상관관계가 없었다. 낚시성 제목이었다. 


다음은 단장취의(斷章取義) 저널리즘 문제다. 전후 맥락이 무시돼 ‘이재명이 박근혜를 존경하고 있다’는 것처럼 독자들을 오인케 한다. 당시 영상을 확인하면, 이 행사에서 한 청년이 이재명 후보에게 “청년들이 이 후보에게 열광해주길 바라는 건가?”라고 묻자, 이 후보는 “정치인은 지지로 먹고 산다. 솔직히 새가슴이고 소심해서 위축되는 때가 많다. 이럴 때 열열한 지지가 있으면 자신감이 생긴다”라며 “우리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께서도 힘들 때 대구 서문시장에 갔다는 것 아닙니까.”라고 답변한다. 의례적인 말이었다. 


국회 국정감사 현장만 봐도 알 수 있다. 여야 의원들은 특정 사안을 놓고 일촉즉발의 언쟁을 하다가도 자신에게 발언기회가 오면, 첫 문장은 “존경하는 000의원님께서…”로 시작한다. “초딩도 이해하는 문맥을 기레기는 왜 이해를 못할까?” 이 기사의 댓글 가운데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문장이다. 


지지하는 후보에 따라 기사에 대한 호불호가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기사는 정직해야 한다. 최고의 신문이라고 자부하고 국내 1등 신문을 지향하는 중앙일보라면 더욱 그렇다. 기사의 흠결 때문이었는지 하루 인기를 독차지했던 이 기사는 오프라인 지면에 실리지 못하고 포털로만 소비됐다.    


이재명 후보도 기사가 나온 다음날인 7일 서울대에서 열린 금융경제세미나 초청강연회에서 “말이라는 것은 앞뒤 맥락이 있는 것인데 맥락을 무시한 것은 진짜 문제”라며 “국민의 집단지성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세상에선 뉴스가 쪼개져 소비되는 특성이 있다. 부분이 전체 맥락을 왜곡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 차분하면서 진실을 찾는 기사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감정을 자극하는 기사가 횡행하면서 극단의 자양분이 돼, 공동체의 대화를 막고 민주주의를 흔든다. 이재명 후보 사례를 들었지만, 윤석열 후보와 관련된 사례도 마찬가지다.

최광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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