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신에게 도전한 인간,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2021.12.18 08:00:00 11면

배우들 호연-섬세한 무대 연출-빠른 전개…3박자 두루 갖춰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메리 셸리의 동명 소설에서 큰 줄거리를 가져왔지만, 세부 내용과 설정 등을 새롭게 만들어낸 한국 창작 뮤지컬이다. 2014년 초연 후 2021년 네 번째 시즌을 맞이했고, 새로운 캐스팅으로 돌아왔다. 기자는 빅터와 앙리 모두 뉴캐스트인 규현과 정택운 회차를 관람했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어린 시절 흑사병으로 엄마를 잃은 뒤, 생명을 창조하겠다는 꿈을 갖게 된다. 1815년 나폴레옹 전쟁 속에서 빅터는 신체접합술로 저명한 군의관 ‘앙리 뒤프레’와 시체를 이용해 죽지 않는 군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다.

 

종전 후 연구소가 폐쇄되자, 둘은 빅터의 고향으로 돌아가 연구를 이어간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앙리가 빅터 대신 누명을 쓰고 단두대에서 처형당한다. 빅터는 앙리를 살리고자, 처형당한 앙리의 머리를 이용해 연구를 계속하고 결국 괴물이 탄생한다.

 

 

◇ 편견을 지우는 배우들의 호연

 

뮤지컬뿐만 아니라 영화든 연극이든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가 붙기 마련이다. 하지만 극과 극을 오가는 1인 2역 연기와 혼자서도 오롯이 무대를 채우는 규현과 정택운 두 배우의 힘은 관람객의 편견을 깨끗하게 지워버린다.

 

특히, 연구소에서 빅터와 앙리가 함께 부르는 넘버 ‘단 하나의 미래’를 통해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하나의 꿈을 갖게 되는 서사에 관객이 흠뻑 빠져들게 한다.

 

배우 김지우 역시 브라운관에서 보았던 연기와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동생인 빅터를 아끼는 엘렌의 따뜻한 마음과 애절한 감정 표현은 2막이 오르며 에바의 표독함과 잔인함으로 바뀐다.

 

시종일관 빅터를 향해 슬프고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 엘렌과 탐욕에 빠져 화려한 붉은 드레스 차림으로 넘버 ‘남자의 세계’를 부르는 에바의 모습을 보면, 두 배역을 김지우라는 한 명의 배우가 연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만들 정도다.

 

 

◇ 공간의 제약 뛰어넘는 무대 연출

 

공연 내내 관객의 집중을 잃지 않게 하려는 장치가 곳곳에 배치돼 175분(인터미션 20분 포함)이 지루하거나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막이 오르자마자 스크린에 띄워진 ‘비너스의 탄생’, ‘천지창조’ 등의 명화로 관객은 ‘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상기하게 된다. 생각은 곧 프랑켄슈타인으로 이어져 공연의 이야기와 메시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했다.

 

또한 에필로그 후, 음향효과에 맞춰 객석을 향하는 조명으로 한 순간에 극의 배경과 시대에 몰입할 수 있었다. 조명과 스크린, 세트 등 적극적인 무대 장치 활용으로 공간 제약을 뛰어넘고자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1층과 2층으로 나누어진 세트로 앙상블과 스윙의 화려함이 더욱 돋보였다. 괴물이 된 앙리가 다시 빅터를 찾아와 원망을 털어놓는 장면에선 다리를 놓아 위아래로 둘을 분리했는데, 마치 돌이킬 수 없이 갈라진 둘의 사이를 보여주는 듯했다.

 

극의 마지막 배경인 북극에서는 무대를 둘러싼 스크린이 빛을 발했다. 북극으로 향하는 길에도 까만 호수와 밤하늘을 수놓은 반짝이는 별들은 괴물이 가진 슬픔과 대조돼 쓸쓸한 느낌을 주었다. 하얀 눈으로 가득 찬 북극 영상은 무대를 훨씬 넓어보이게 만들었고, 아무도 없는 그곳에 홀로 남게 된 빅터의 외로움과 처절함을 더욱 배가시켰다.

 

 

◇ 어둠 속에서도 지루할 틈 없는 전개

 

연구를 향한 빅터의 광기를 나타내듯이, 극은 대부분 낮은 조도 속에서 진행된다. 그럼에도 쳐지거나 지루해지는 느낌 없이 빠른 장면 전환들로 전개를 끌어간다.

 

연구에 필요한 신선한 뇌를 구하지 못해 실의에 빠져 있던 빅터의 모습은, 앙리와 함께 술집을 찾아 떠들고 춤추는 흥겨운 분위기로 금세 바뀐다.

 

빅터와 앙리, 룽게 세 사람이 주는 유머러스한 대사도 재미를 더한다. 중저음의 묵직한 대사와 넘버가 무게를 더하다가도 ‘자크’와 같은 가벼운 캐릭터를 적재적소에 놓아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한다.

 

배우들의 호연과 섬세한 무대연출, 지루할 틈 없는 전개 등 3박자를 두루 갖춘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게 이번 연말을 맡겨 봐도 좋을 듯하다. 공연은 내년 2월 20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진행된다.

 

[ 경기신문 = 정경아 수습기자 ]

정경아 수습기자 kyunga1013@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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