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어윈 올라프 "작은 바이러스에 전 세계 흔들…인간 자만심 표현하고파"

2021.12.21 06:00:00

수원시립미술관, ‘어윈 올라프: 완전한 순간-불완전한 세계’ 展
한국-네덜란드 수교 60주년 기념…총 110여 점 작품 전시

 

네덜란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세계적 동시대 사진작가 어윈 올라프(Erwin Olaf)의 작품이 한국을 찾았다. 수원시립미술관(관장 김진엽)의 2021 한국-네덜란드 수교 60주년 기념전 ‘어윈 올라프: 완전한 순간-불완전한 세계’(2021년 12월 14일~2022년 3월 20일)다.

 

올라프의 작품이 간간히 한국에서 전시된 적은 있지만, 그의 대표작을 포함해 네덜란드 라익스뮤지엄 특별섹션 작품까지 무려 110여 점이나 온 것은 국내를 넘어 아시아 최초이다. 

 

올라프는 이번 전시를 기회로 한국을 방문하고 싶었으나, 코로나19 상황이 다시 악화되면서 한국을 찾지 못했다. 때문에 이번 인터뷰는 화상으로 진행됐다.

 

☞ 전시 소개 기사 보기 : 아시아 최대규모로 수원 찾은 ‘어윈 올라프: 완전한 순간-불완전한 세계’ 展

 

다음은 14일 진행된 어윈 올라프 작가와 기자 간담회에서 질의 응답.

 

 

▶ 코로나19 상황과 관련된 작품은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나.

 

= ‘만우절’ 시리즈는 팬데믹 초기에 만든 작품이다. 모두가 패닉상태인 상황에서 사진작가인 내가 이것을 헤쳐 나갈 방법은 사진뿐이기 때문에 작품을 시작하게 됐다. 작은 바이러스 하나로 전 세계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작품을 통해 인간의 자만심을 표현하고 싶었다.

 

▶ 작가가 느끼는 오늘날의 사회, 인간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 겉으로 보기에 개개인은 좋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소통이 단절돼 있고, 슬픔도 많이 들어 있다. 작품을 통해서 한 명 한 명이 갖고 있는 감정과 슬픔들을 조명하고 싶었다.

 

 

▶ 사진에서 자연스러움과 순간적인 찰나보다 설정과 디테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 작품을 통해서 상상력이 갖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내 작품에는 상상력을 재현하는 것이 많다. 사진뿐만 아니라 춤, 음악, 회화 등 다양한 미디어로 표현 가능하다는 생각이 있지만, 사진작가이기 때문에 사진과 관계된 작품을 만들고 싶다.

 

▶ 사진에 감정을 담기 위해 작가 본인은 어떤 과정을 통해 기록하고, 모델들에게는 어떻게 전달하나.

 

= 지하철 거리, 영화관, 식당 등에서 주변 사람들을 관찰한다. 사람들이 착용한 옷과 귀걸이, 문신 등 꾸미는 방법을 보고, 이야기를 나눌 때에 사람 사이 물리적 거리도 유심히 본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어떻게 소통하는지 연구한다.

 

나는 모델이 아닌 ‘액터’라고 칭한다. 좀 더 능동적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사진 작업에서 배경, 옷, 메이크업 등 중요한 것이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액터들의 눈빛이다.

 

그래서 액터들에게 상상해보라고 한다. 예를 들면 ‘비탄’ 시리즈에서는 가족이 해고되거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거나 등의 아주 슬픈 뉴스를 임의로 전달한다. 그때의 즉각적인 반응, 1초라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다.

 

▶ '자화상'을 찍는 이유는 무엇인가.

 

= 피사체가 느끼는 감정을 느껴보고 싶어서 스스로 카메라 앞에 서게 됐는데, 스스로를 분석하는 좋은 도구가 됐던 것 같다. 내가 누구인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등 다양한 문제들을 직면할 수 있었고,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었다.

 

‘만우절’ 시리즈의 경우 다시 모든 것을 회복하고 삶을 지속하자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서 작업했고,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산소호흡기를 하고 있는 사진의 경우, 본인의 미래가 될 수 있는 모습을 찍음으로써 앞으로의 미래를 수용할 수 있게 됐다. 자화상들을 통해 많은 관람객들이 본인의 다른 작품들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도시 연작 시리즈를 진행하며 수많은 도시 중 왜 상하이를 택했고, 그곳에서 무엇을 담아내고자 했는가.

 

= 상하이를 방문할 때마다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의 모습을 느꼈다. 새롭게 건축, 재건축 되는것이 많아 시각적 부분에 매료되는 것이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도시 전체의 모습이다. 그 도시에 사는 인구 개개인의 삶이 어떠한지를 조명해보고 싶었다.

 

이 시리즈를 통해서 도시라는 집단과 개인 사이의 갈등, 연결고리를 표현하고, 이 과정에서 젊은 여성들이 어떻게 도시와 단절되고 있는지 또한 그들이 느끼는 외로움과 감정들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싶었다.

 

▶ 국내 최대 규모의 어윈 올라프 전시이다. 소감과 관람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 아시아 최대 규모이기도 해서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한국을 방문하지 못해 아쉽지만, 원격으로 설치된 전시를 봤는데 만족스럽다. 상황이 허락된다면 내년 2월 말 한국에 가서 직접 전시를 보고 싶다.

 

작품의 대상이 되는 인물과 감정들은 지구 반대편에 있지만,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 이해가 될 것이다. 특히 ‘만우절’과 ‘숲속에서’ 시리즈는 현대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을 존중하고, 개인적인 감정들,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것을 소중히 여기길 바란다.

 

☞ 전시 소개 기사 보기 : 아시아 최대규모로 수원 찾은 ‘어윈 올라프: 완전한 순간-불완전한 세계’ 展

 

[ 경기신문 = 정경아 수습기자 ]

정경아 수습기자 kyunga1013@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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