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범의 미디어비평] 유권자는 왜 삼프로 TV에 열광하나

2021.12.29 06:00:00 13면


삼프로(3PRO) TV를 꼬박 세 시간 동안 시청했다. ‘삼프로가 묻고 정책이 답하다’라는 대선특집이었다. ‘어떤 유튜브 TV길래 여야의 대선 주자 이재명, 윤석열을 불러냈지?’라는 의문을 풀기 위해서 들어갔다가 세 시간을 감금당했다. 감금을 자청한 꼴이었다. 정확하게 듣기 위해 재생 속도도 높이지 않고 1.0을 유지했다. 전통 매체와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했던 꼰대 수용자였음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고백하면 삼프로를 3%로 알았다.  


두 후보는 각각 90분 동안 주식과 부동산을 중심으로 집권 후의 경제 정책 비전을 설명했다. 전통 매체들은 설명한 내용 가운데 특정 단어나 일부 내용을 중심으로 인용해 보도했다. 이들의 발언 내용을 심도 있게 전한 언론은 거의 없었다.


이재명 후보에 대해서는 “작전주에 투자해 큰돈 벌어”라는 제목의 기사를 쏟아냈다. 윤석열 후보 기사는 “토론 무용론을 펼쳤다”는 데 포커스를 맞췄다. 기자가 두 후보의 90분에 걸친 설명 내용을 다 듣고 기사화했는지 조차 의심스러웠다. 


이 후보는 방송 서두에 주식투자를 해봤느냐는 질문에 “1992년 처음 주식 투자를 하면서 증권회사에 다니는 대학 친구의 권유로 주식을 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작전주였었다”며 “처음에는 주식으로 이익을 봤다가 IMF 때 큰 손실을 봤다”고 했다. ‘우량주에 장기 보유 방식으로 주식 투자’를 권하는 내용이었다.


윤석열 후보는 ‘경제를 강에 비유하면서 가급적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로 설명을 해나갔다. 대담 말미에 진행자가 이재명 후보와 경제정책 토론회를 만들 테니 참석해달라고 요청했다. 윤 후보는 “토론을 하면 공격하고 방어하느라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오늘처럼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유권자가 판단하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두 후보가 세 전문가의 질문에 답변하는 방송 형식과 내용은 선거방송의 새 이정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딱딱한 경제문제를 부드러운 방식으로 소상하게 유권자와 연결했다. 네거티브 선거전을 정책 선거로 유도할 수 있는 가능성도 보여줬다. 


전통 언론들은 1시간 30분간 설명한 내용의 맥락을 무시하고 ‘작전주’나 ‘토론회 회피’ 등, 그것도 상대 당이 주장하는 내용을 그대로 받아 쓰는 선거보도 관행을 답습했다. ‘꼰대 언론’ ‘기레기 언론’이란 비판을 면키 어려웠다. 


지난 27일 중앙일보는 “‘게임·주식·역사’ 각론 격파하며 점수 쌓은 이재명…”이라는 제목으로 이 내용을 인터넷판으로 기사화했다. 시장주의자 면모를 보인 이재명의 판정승이라고 했다. 이틀 만에 두 후보간 조회 수는 각각 200만, 150만 회를 넘겼다. MBC는 ‘시선집중’에서 다뤘고, 헤럴드 경제는 ‘삼프로 효과’라는 이름으로 심도 있게 전했다. 


뉴스를 소비하는 수용자들은 정파보도에 지쳤다. 유권자를 끌고가겠다는 전통 언론의 오만함에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삼프로TV 대선특집이 이들을 껴안았다.  

최광범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4로 15번길 3-11 (영덕동 1111-2)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