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확정적 중범죄자와 공정

2021.12.31 06:00:00 13면

 

“법과 원칙에 따라” 검찰총장 당시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가 입에 달고 다녔던 말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살아있는 권력이라는 법무부 장관 가족을 수사했다고 주장했고 이를 바탕으로 공정의 아이콘으로 떠올라 제1 야당 대선 후보까지 되었다. 하지만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는 ‘동양대 강사 휴게실 PC’라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기소했다는 법원의 판단을 받았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 재직 시절 입에 달고 다녔던 “법과 원칙에 따라”는 도대체 무엇인지 혼란스럽다. 그런데 최근 윤 후보는 그 의심에 기름을 붓는 발언을 했다. “이런 확정적 중범죄, 다른 변명의 여지가 없는 후보”가 그것이다. 지난 28일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칭해 한 말이다.

 

“법원 원칙에 따라”를 입에 달고 다녔던 검찰총장 출신 제1야당의 대선 후보 입에서 나온 발언인지 믿기 어려울 정도다. 만약 윤 후보가 검찰 재직 시절, 특히 검찰총장 재직 시절에도 사건에 대해 “다른 변명의 여지가 없는” “확정적 중범죄”라는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가 맡았거나 지휘한 모든 수사는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다. 시시콜콜하게 “무죄추정의 원칙”을 들먹이지 않아도 피의자를 “다른 변명의 여지가 없는” “확정적 중범죄”자라 판단하고 수사를 했다면 그 수사가 공정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심지어 이재명 후보는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오히려 입건된 것은 윤 후보 자신이다.

 

앞서 언급했듯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1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의 입시비리 혐의 사건 공판에서 “조교 김 모 씨가 임의제출한 동양대 휴게실 PC와 김경록이 임의제출한 조 전 장관 자택 서재의 PC 그리고 조 전 장관의 아들 PC에서 나온 증거들을 모두 증거로 채택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이는 해당 사건의 가장 핵심적 증거였다. 법무부 장관 부부를 기소한 것도 초유의 사건이지만, 그 사건의 핵심 증거가 모조리 기각된 것은 더욱 초유의 사건이다.

 

윤석열 검찰은 조국 전 장관 부부를 “다른 변명의 여지가 없는” “확정적 중범죄”자라 확정하고 수사한 것이 아닐까? 그렇기에 수사의 기본도 지키지 않고 무차별적 압수수색을 했고, 결국 법원으로부터 핵심 증거를 모조리 기각당하는 수모를 당한 것은 아닐까? 상대 당의 대선 후보를 향해 “확정적 중범죄”자라 선언한 윤 후보이기에 이러한 의심이 비합리적이라 생각되지는 않는다.

 

윤석열의 공정은, 그가 말한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는 다름 아닌 자기 스스로의 판단이었던 것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확정적 범죄자”는 검찰이 아닌 재판부가 판결을 통해 내릴 결론이기 때문이다. 자신 스스로 판사가 되어 재판도 받기 전 피의자를 “확정적 중범죄자”로 결론지은 윤석열이 공정의 아이콘일 수 없다는 것은 그의 말을 빌리면 “다른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김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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