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10초, 순직 조종사는 조종간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2022.01.13 13:32:33 7면

10초의 시간 있었지만 탈출 시도 안해
민가에 피해 안 주고자 야산으로 충돌
고인 "나는 언제나 전투조종사로서 살고 싶다"

 

F-5E 전투기 추락 당시 고(故) 심정민 소령은 민가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탈출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끝까지 조종간을 잡은 채 인근 야산에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공군은 "현재까지 (F-5E의)일부 비행기록장치를 분석한 결과 순직 조종사는 다수의 민가를 회피하기 위해 탈출을 시도하지 않고 조종간을 끝까지 잡은 채 민가 인근(100m) 야산에 충돌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 항고기는 지난 11일 오후 1시 43분께 수원기지에서 정상적으로 이륙했다. 이륙 후 상승하던 중 전투기 양쪽 엔진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심 소령은 즉시 상황을 전파하고 관제탑과 교신에서 두 차례 '이젝트'(Eject·탈출하다)를 선언하며 비상탈출 절차를 준비했지만 끝내 탈출하지 못했다. 전투기는 민가에서 불과 100m 남짓 떨어진 곳에 추락했다.

 

공군에 따르면, 심 소령은 비상탈출 선언 이후 추락까지 10초가량의 시간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심 소령은 민가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 시간 동안 야산 쪽으로 조종간을 틀었다. 공군은 10초면 조종사가 비상탈출 장치를 작동시켜 탈출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인은 작년 11월에는 호국훈련 유공으로 표창을 받을 만큼 하늘을 사랑하고 공군인임을 자랑스러워했던 모범적인 군인이었다"고 애도했다.

 

 

공군사관학교 64기로 2016년 임관한 심 소령은 경량급 전투기인 F-5를 주기종으로 5년간 조종 임무를 수행하다 지난 11일 순직했다. 결혼 1년 차여서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심 소령은 학생조종사 시절부터 비행 연구에 매진해 비행훈련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했고, 전투 조종사로서의 기량도 뛰어났다.

 

제10전투 비행단 항공작전과 운영 장교로 작전 일정을 통제하며 비행단의 전투준비 태세 유지에도 크게 기여했다. 고인은 "나는 언제까지나 전투 조종사로서 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공군은 고인의 계급을 대위에서 소령으로 추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인을 향해 "그토록 사랑했던 조국의 하늘에서 영면하길 기원한다"며 13일 SNS에 애도를 표했다. 문 대통령 "조국 하늘을 수호하다가 순직한 심정민 소령의 명복을 빌며, 슬픔에 잠겨 있을 가족들께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고인은 장래가 촉망되는 최정예 전투조종사였으며, 동료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는 참군인이었다. 그래서 고인을 잃은 슬픔이 더 크다"고 추모했다.

이어 "끝까지 조종간을 붙잡고 민가를 피한 고인의 살신성인은 '위국헌신 군인본분'의 표상으로 언제나 우리 군의 귀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 소령의 영결식은 오는 14일 오전 9시 소속부대인 공군 제10전투비행단에서 엄수된다. 박인호 공군 참모총장은 영결식을 찾아 조의를 표하고 유족들을 위로할 예정이다. 영결식은 유족과 동료 조종사 및 부대 장병들이 참석한 가운데 부대장으로 치러지며, 유해는 국립 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 경기신문 = 김한별 수습기자 ]

김한별 수습기자 hbkim@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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