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수의 월드뮤직 기행] ‘프리다의 라 요로나(La Llorona)’

2022.02.25 06:00:00 13면

영화 속의 월드뮤직 9

 

샤갈전을 보고 왔다. 샤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색체의 마술사’라 불리는 그의 그림 속 화려한 색들이 아프다고 말한다. 1, 2차 대전을 살아낸 유태인의 삶, 부인과의 사별, 병마 등 어두웠던 삶은 꿈과 환상 속으로도 피하게 만들었고 이를 화폭에서 살아나게 했다.

 

전시회 벽에 쓰인 ‘나는 초현실주의자라는 말이 싫다. 나는 나의 현실만을 그린 것이다’라는 샤갈의 말 역시 그래서 아프다. 샤갈의 말은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Frieda Kahlo/1907-1954)를 떠오르게 했다. 샤갈과 동시대를 살았던 그녀 역시 같은 말을 했다. 그러나 고통도 무게 잴 수 있다면 샤갈은 프리다 앞에서 입을 다물어야 하지 않을까.

 

평생, 흘린 피를 찍어 그림을 그렸다고 할 정도로 고통의 극지를 오체투지 했던 프리다.

1907년, 멕시코에서 태어난 프리다는 말도 배우기 전 어머니를 잃었고 6살에는 소아마비를 앓아 평생 다리를 절었다. 10대 때 대형 버스 사고로 중상( 강철봉이 여린 배를 뚫고 관통하고 다리, 골반, 쇄골 등이 부러지는 등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을 입어 30회 넘게 수술했지만 장애와 불임의 몸이 된다. 20살에 21살 많은 남자, 화가 디에고 리베라와 결혼했으나 바람둥이 남편(심지어 처제와도!) 때문에 지옥을 산다. 이혼 후 자살시도, 사고 후유증으로 발목절단 등 불운의 연속이었던 삶은 47세 나이에 폐렴으로 막 내린다.

 

고통의 롤러코스터를 탄 프리다의 삶은 2002년 미국 감독 줄리 테이머에 의해 영화화됐다. 프리다에 빙의된 듯한 멕시코 배우 셀마 헤이엑(Selma Heyek)의 연기, 눈을 호사하게 한 곳곳의 걸작 그림 배치 등으로 기대 이상의 충족감을 주지만 멕시코 민중음악에 눈뜨게 한 배경음악들이 압권이다.(2003년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음악상 수상)

 

그중 프리다 칼로가 생전, 자신의 삶을 노래한 것 같다며 좋아했다는 곡이 있다.

 

‘라 요로나(La Llorona/흐느껴 우는 여인)’.

‘모든 사람이 나를 우울하다고 해/ 명랑하지만 얌전한 나를 우울하다고 해/ 나는 푸른 고추를 닮은 요로나/ 맵지만 맛있지/아! 나의 우는 여인, 요로나/ 어제 나는 멋진 요로나였지만 지금은 그 그림자만도 못해 (중략)...... 네가 나를 더 사랑해주기 원해/ 나는 너의 삶을 고통스럽게 했어/ 아직도 원하는 게 있나?/당신은.... 더 이상!’

 

아마 프리다 평생의 사랑, 평생의 ‘웬수’였던 남편 디에고 리베라를 떠올리지 않았을까.

 

프리다는 민중화가, 공산주의자로 멕시코 영웅이었던 디에고 리베라의 그늘에서 평생 ‘디에고의 아내’로 불렸다. 둘 다 세상 떠난 지금 디에고는 ‘프리다의 남편’으로 더 많이 불린다. 세상은 디에고의 천재성보다 프리다의 고통에 더 주목했다. 화가 프리다가 아닌 인간 프리다를 알리는데 영화가 한몫했을 것이다.

 

‘라 요로나’는 영화 속에서 ‘무려’ 차벨라 바르가스가 나와 직접 부른다. 차벨라 바르가스는 멕시코 대표적 민속음악 란체라(Ranchera)의 대표주자로 우리로 치면 트로트계의 여왕 이미자급 된다 하겠다. 삶의 고통, 향수, 사랑의 아픔 등을 주 내용으로 하고 가수의 흐느낌, 울음이 노래 속에 들어가는 란체라.

 

중성적 저음으로 절규하며 부르는 차벨라 바르가스의 목소리는 프라다의 고통을 가슴을 후벼대며 이식시킨다. 차벨라 바르가스가 양성애자였던 프리다의 애인이었다는 것을 덧붙이면 사족이 될까.

 

(인터넷 창에서 www.월드뮤직. com을 치면 기사 속 음악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김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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