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수의 월드뮤직 기행] ‘스웹트 어웨이의 ’Spigel Im Spigel’

2022.03.07 06:00:00 13면

영화 속의 월드뮤직 10


 

먼 나라의 낯설지만 가슴 뛰는 음악. 월드뮤직을 수식할 때 쓰는 말 중의 하나인데 서양 클래식 중에도 종종 그런 음악이 발견된다.

 

에스토니아 출신의 아르보 패르트(Arvo Part)의 음악이 그 예. 

그의 음악을 알게 된 건 10년 전, 한 바이올리니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서다. 첫인상도 말투도 까칠하게 느끼게 한 그녀는 자주 연주하는 곡을 묻자 ‘ 나 모차르트, 베토벤, 멘델스존...... 이런 거 지겨워요. 나 정도 되는 연주자면 아르보 패르트같은 걸 해야지’라며 자신감과 오만함을 넘나드는 눈빛을 보였다. 끝까지 유쾌하지 않았던 인터뷰의 기억은 이후 그녀의 연주회에서 들은 아르보 패르트 연주(Fratres: 형제들) 한 곡으로 반전됐다.

 

쇤베르크, 프로코피에프, 바르톡같은 현대 작곡가들의 음악이 감정을 두드린 경우가 드물었는데 처음부터 심장으로 직진한 아르보 패르트 음악은 충격이었다.

 

‘영적 미니멀리즘’이라는 그의 음악에 붙는 생경한 찬사는 그가 중세 그레고리안 성가, 르네상스 종교음악에 심취했고 독실한 러시아 정교 신자라는 배경을 알면 이해가 간다. 영성의 길은 또한 침묵의 길일 터. 그의 작곡의 변에 ‘음악은 음 하나가 아름답게 연주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말이 종소리의 여운처럼 남는다.

 

실제 두 가지 악기, 혹은 두 가지 소리만 낸다는 그만의 작곡법 ‘틴티나불리’는 라틴어로 ‘종들’이라는 뜻이다. 음 하나하나의 오랜 울림, 여백, 침묵을 오가는 그의 음악을 들으면 절로 눈이 감기고 다른 세상으로 뜨는 듯한 감정의 유체이탈을 경험한다.

 

아르보 패르트의 북채는 너무 시끄러운 세상에서 너무 고독하게 사는 현대인들의 심장을 두드렸다. 그래서 그의 음악을 배경으로 쓴 영화가 50편이 넘는다.

 

‘어바웃 타임’같이 유명세, 호평을 받은 작품의 반대편에 있는 마돈나 출연의 영화 ‘스웹트 어웨이(Swept Away)’를 소개한다. 이 영화는 마돈나에게 미국 ‘골든 라즈베리’ 수상을 안겼는데 이 행사는 ‘영화값 1달러도 아까운 영화를 뽑자’는 취지로 아카데미 수상식 전날 열린다. 수상 부문은 ‘최악의 여우주연상’

 

마돈나는 골든 라즈베리가 사랑하는 대표적 배우로 지금까지 무려 5회나 동명의 상을 거머쥐었다. 5개 영화 대부분 마돈나의 섹시한 이미지를 띄웠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 영화에 영성과 침묵이 종소리처럼 울리는 아르보 패르트의 음악이라니, 비웃음을 탑재한 의문을 품은 사람들이 표정들이 보이는 듯하다. 영화의 악명을 모른 체 넷플릭스를 뒤지다 우연히 보게 된 나의 한 줄 평은 ‘신파로 버무린 마지막만 뺀다면 재미, 의미면에서 추천하고 싶다’다. 1974년 만들어진 ‘귀부인과 승무원’을 리메이크한 ‘스웹트 어웨이’는 ‘사랑에 완전히 휩쓸려간’ 정도의 뜻인데 주인공은 미국 재벌가 사모님과 이태리 어부 총각.

 

친구 부부들과 경비행기를 타고 지중해 크루주 여행을 하게 된 안하무인 불치의 왕비병 사모님 엠버는 배 안에서 머슴 부리듯 하며 갖고 논 선원 페페와 동굴탐사를 떠났다 조난 당해 무인도에 상륙하게 된다. 둘만 있는 그곳에서 일어나는 관계의 반전은 이 영화를 코미디에서 심오한 메시지를 담은 철학 작품으로 끌어올린다.(다시 말하지만 끝부분만 빼면!)

 

아르보 패르트의 거울 속의 거울(Spiegel Im Spiegel)은 극적인 장면마다 흘러 영화의 긴장과 몰입을 더해준다. 아르보 패르트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면 바이올린 연주회에서 나를 감전시킨 프라트레스(Fratres)도 들어보시길.

 

(인터넷 창에서 www.월드뮤직. com을 치면 기사 속 음악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김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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