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온고지신] 도척(盜蹠)

2022.03.08 06:00:00 13면

 

중국 춘추시대 노나라 사람으로, 공자의 친구인 현인 유하혜(柳下惠)의 동생이다. 그러니까 대략 2500년 전 인물이다. 9000명이나 되는 졸개들을 거느리고 전국을 종횡무진하며, 재산약탈, 양민학살, 식인, 부녀자 학대 등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특수강도였다. 맹자, 장자, 사마천의 사기에도 나온다. 

 

도척은 이름처럼 '최고의 도적'으로 2500년 동안 특별한 존재다. 공자가 그 형의 간곡한 부탁을 받고 사람 만들어주겠다고 만난 적이 있다. 놀랍게도, 공자는 도척의 긴 시간 훈계를 들은 뒤 심한 모욕을 당하고 쫓겨났다. 공자가 수레에 탄 뒤에도 머리를 숙이고 부들부들 떠는 장면이 장자 잡편에 상세히 나와 있다. 훗날, 장자의 제자들이 '소설 쓴 거'라는 설이 있다.

 

왕초와 부하들과 나눈 대화다.

 

"도둑에게도 도(道)가 있습니까?"


"그 어디를 가봐라. 길이 없는 곳이 있는지... 집안에 재물이 어디에 있는지, 그걸 정확히 찾아내는 것은 성(聖)스럽다. 앞장서는 것은 용기(勇)다. 다 털고 가장 늦게 나오는 것은 의리(義)다. 과업을 실행할지 말지 판단하는 것이 지혜(智)며, 목표를 이룬 뒤에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 어짊(仁)이다. 이 다섯 가지 道(聖勇義智仁)를 갖추지 않은 큰 도적(大盜)은 세상에 없다."

 

맹자는 도척을 다룬 챕터에서 말한다.


"새벽에 닭이 울면 일어나서 부지런히 선(善)을 행하는 사람은 순임금 비슷하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열심히 이익을 좇는 사람은 도척 쪽이다." 오늘에는 지나친 이분법이지만, '王'의 도리와 소명으로 높이 옳다.

 

대통령 선거가 내일이다. 우리에게 오늘 이 하루는 나라와 민족 공동체 백년대계의 성패를 가르는 분기점이다. 

 

윤석열이 "대선은 패밀리 비즈니스"라고 했을 때 언론이 정상이었다면, 지금 안철수와 각축하고 있을 것이다. 최근 그 발언을 자주 상기한다. 그 가족이 다수의 중대 경제 범죄들에 연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3인방은 이익공동체다. 소위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리스크'라는 신조어가 일상어휘가 되었을 정도다. 

 

정계입문 이후 오늘까지 그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해왔다. 대통령 될 가능성도 크다. 자신감도 넘친다. 그런데 늘 불안정하고 거들먹거린다. 캠페인은 시종일관 거칠고 난폭한 언사 일색이다. 그 지지자들은 이명박과 이상득, 박근혜와 최순실이 자행했던 국정농단과 그들의 추락을 망각했다.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도척의 뺨을 칠 것이다. 국가리더십에 부합하는 최소한의 지성도 합리성도 없다. 정치경제적 올바름 역시 애초에 없다. 뜨거운 애국심, 간절한 포부와 연관된 미래구상 또한 없다. 탐욕뿐이다. 두렵다.

 

우리나라가 그 가족 비즈니스의 식자재가 되어, 그들이 "회쳐먹고 찜쪄먹고 뼈까지 발라먹는" 처참한 먹방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상식인들은 공포의 도가니다. 다정한 정치가 이겨야 한다.

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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