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수의 월드뮤직 기행] 탱고 레슨의 ‘I Am You’

2022.03.11 06:00:00 13면

영화 속의 월드뮤직 11

 

요즘은 왜 안 하는지 모르겠다. 몇 년 전까지 한 출판사와 음반회사 공동으로 한글날 맞이 ‘시인들이 뽑는 아름다운 우리 노랫말’ 행사를 했다. 가수의 목소리, 아름다운 음률도 덮어버리는 기막힌 노랫말들을 알게 되고 음미했다.

 

선정 가요 중에 나의 애창곡 ‘김광진의 편지’가 들어 있어 더욱 그 행사에 마음이 갔다. 기회가 되면 언젠가 선정 가요들을 모아 낭송하고 노래를 들려주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월드 뮤직 정의는 ‘세상의 모든 음악’이고 그 ‘세상’에는 당연히 우리 노래도 들어있으니까.

 

영화 배경음악 중 시 같은 노랫말이 있다. 그럴 때는 정지화면을 누르고 음미한다.

 

샐리 포터(Sally Potter)가 부른 ‘I Am You’도 그랬다. 그 노래는 음반을 통해 먼저 만났다. ‘영화 속의 월드뮤직’이라는 타이틀로 나온 음반이었고 수록곡들은 모두 아는 음악이었는데 ‘영화 탱고 레슨의 I Am You’는 생경했다.

 

음악을 틀면 바로 혈관에 독한 기운을 주입하는 탱고리듬이 터진다. 그리고...... 뭐랄까. 초탈한, 인생을 한 바퀴 돌고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듯한 목소리로 ‘Where did you come from?’이라고 나지막이 묻는다. 탱고 리듬 독이 온몸에 금세 번진다. 이어지는 노랫말들이 테킬라 한잔을 권하더니 손을 잡고 일으켜 어느새 남미의 무도희장으로 데려간다. 앞에는 눈빛 강렬한 남미 사내가 서 있다.

 

당신은 어디서 왔나요/ 땅에서, 물속에서, 아니면 불 속에서, 아니면 공기 속에서 왔는지/춤출 때 확실히 느껴져요/ 오래전부터 당신을 알아온 느낌/여행자여 / 내 마음 속 사내여/무대 위의 사내, 예술 그 자체인 사내/ 스텝으로 바로 말 거는 그대/나는 당신을 듣고 바라보아요...... 중략...... 당신은 나, 그리고 나는 당신/ 하나는 하나, 그리고 하나는 둘/ 당신은 나 그리고 나는 당신

 

음반 속에 소개된 영화, 탱고 레슨을 바로 찾아보았다. 영화 제목이 준 힌트, 그리고 노랫말 느낌만으로 ‘탱고에 미친 강렬한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예상했는데 멀리 가지 않았다.

 

헌팅을 위해 파리에 온 영국 시나리오 작가 샐리는 우연히 탱고 무대를 보고 빠져 춤을 배운다. 뜻대로 풀리지 않는 시나리오 작업, 영화 제작자들의 상업성에 대한 분개로 영화작업은 좌초되고 그녀에게 남은 것은 탱고 레슨.

 

탱고의 고장 아르헨티나 댄서인 선생 파블로는 탱고를 추려면 힘부터 빼야 하고, 상대를 믿어야 하고, 오직 현재만 생각해야 된다고 일러준다. 탱고 레슨이자 인생 레슨. 뇌만 쓰고 살아온, 겨울나무처럼 건조하고 까칠했던 나이 든 작가의 죽은 세포들이 회생한다. 물같고 불같고 공기같은 여인으로.

 

영화는 탱고에 미치고 사랑에 미쳤던 감독 샐리 포터, 자신의 이야기다. 그래서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출연하고 여주인공 이름도 샐리로 썼다.

 

영화의 시작과 끝에서 타오르는 ‘I Am You’ 도 감독이 노랫말을 쓰고 부르기까지 했다. 

 

영화는 어떤가, 묻는 이에게 이렇게 답한다. 감독 샐리 포터를 영화 속에서 만나고 영화 속 탱고댄스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권하고 싶다고. 아, 무엇보다 I Am You!

 

(인터넷 창에서 www.월드뮤직. com을 치면 기사 속 음악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김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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