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식 칼럼] 스위프트 제재 대 핵 위협

2022.03.11 06:00:00 13면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적으로 침공한 사건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은 충격적인 사건이다. 1월 중순 이전까지만 해도 전쟁이 일어나지 않거나 발발하더라도 러시아의 최대 행동반경은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러시아에 대한 스위프트(SWIFT) 퇴출 등 거론되는 서방의 강력한 경제금융제재가 러시아의 행동을 제약할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월 20일 전후 유럽에서 스위프트 제재에 대한 이견이 노출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푸틴은 전면적 침공을 단행하였다. 서방은 즉시 강력한 제재를 실행하였으나, 정작 스위프트 제재는 2월 26일에야 결정되었다. 푸틴은 이에 반발하여 자국의 핵 운용 부대에 경계 태세 돌입 명령을 내리는 강수를 두었다. 핵 위협으로 대응할 정도로 강력한 스위프트 제재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국제자금결제 메시징 서비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스위프트(SWIFT)의 본사는 벨기에에 있다. 스위프트 제재를 결정하는 주체는 EU(벨기에)이다. EU는 ‘공동 외교 안보’에 관한 정책 결정으로 벨기에를 포함한 27개 회원국에 제재 의무를 부과하고, 벨기에는 스위프트에 제재를 이행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지운다.


과거 스위프트 제재가 실행된 사례는 2012년 이란 핵 문제와 관련된 제재가 유일하다. 2005년 북한과 관련된 방코델타아시아 사건에도 스위프트가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EU의 제재 결정에 근거한 공식 제재가 아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불법·테러자금거래 방지 규범을 이용자들이 준수할 수 있도록 스위프트가 편의 서비스를 개발하여 제공한 결과였을 따름이다. 다시 말해서 스위프트가 북한을 직접 제재한 것이 아니라, 전 세계 금융기관들이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금융제재를 회피하기 위하여 스스로 스위프트의 제공 서비스를 활용하여 북한과의 거래를 단절한 사례이다.


스위프트의 제재는 직접적 효과 측면에서는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금융제재보다 더 강력하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미국 정부가 미국의 관할 금융기관에 제3의 대상자에 대한 제재 의무를 부과하는 형식이다. 따라서 달러 표시 거래의 경우에만 효력이 미친다. 전 세계 결제통화의 비중은 달러와 유로가 각각 40% 전후로서 선두를 다투고 있고, 나머지를 위안화와 엔화 등이 차지하고 있다. 스위프트 제재는 세계 200여 개국, 1만 1000여 개 회원 금융기관의 제재 대상자와의 모든 통화 표시 거래를 일시에 기계적으로 단절시킨다. 가히 핵폭탄의 위력에 비할 만하지 않은가.


러시아의 군사력 대 서방의 경제금융제재, 지정학 전략 대 지경학 전략. 진정한 승자는 과연 어느 쪽일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임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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